물건을 원하는 가까운 곳까지 배달해 주는 택배는 원래는 일본 용어라고 한다. 영어로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바로 고객의 문 앞에서 받아 문 앞으로 가져다준다는 의미다. 배달은 택배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우체국 소포는 배달을 원하는 사람이 우체국에 직접 가서 접수해야 하는 점이 다르다.
판매자가 우편이나 소포 등의 방법으로 물건을 먼 곳의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돈을 송금받는 판매방식은 구한말 때부터 있었다. 주로 학습지나 책을 우편으로 보내는 통신판매다. 집으로 갖다주는 화물운송 서비스는 일제강점기인 1938년에 시작된 철도 택급제가 효시라고 한다. 호구(戶口)에서 호구까지, 즉 문 앞에서 문 앞까지 수하물을 배달하는 택급(宅扱)은 택배와 거의 같은 개념이다.
1930년 설립된 조선미곡창고(미창)는 대표적 종합물류기업 CJ대한통운의 전신이다. 조선미창은 창고 보관과 하역업에 운송업을 겸업하다 1950년 한국미창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미창은 1962년 1월 중단됐던 택급 업무를 재개했다. 이듬해 대한통운으로 다시 사명을 변경, 운송업을 주업으로 삼으며 94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택배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1990년대부터 택배산업은 규모가 커졌다. 정부는 1991년 9월 택배 서비스 관련 법률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라 사실상의 국내 최초 택배 서비스인 ㈜한진의 '파발마'가 이듬해 6월 서비스를 시작했다(조선일보 1993년 4월 21일자·사진). 당시만 해도 문 앞까지 상품을 배달해주는 택배는 신종 서비스였다.
본격적인 택배 시대가 열리기 전에 일부 업체들은 새로운 배달 판매방식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서울 종로구에 있던 한 스테이크 식당은 전화 주문만 하면 사대문 안에 있는 가정으로 배달해 주었다. 도시락 전문 배달업체가 등장해 당뇨환자를 위한 맞춤형 도시락을 배송해 주는 택배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베이커리 업체도 택배 서비스에 뛰어들었고 활어회와 참치, 오징어 등 싱싱한 생선회를 냉장 상태로 배달해 주는 업체도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부터 택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배송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홈쇼핑, 인터넷 쇼핑, 카탈로그 쇼핑 등 비대면 판매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1995년 삼구홈쇼핑(현 CJ오쇼핑)과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이 방송을 시작하면서 택배 시장은 초고속 성장기에 접어든다.
한진택배에 이어 대한통운과 현대택배도 가정 택배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졌다. 삼구홈쇼핑을 인수한 CJ그룹의 CJ GLS와 전국 유통망을 가진 우체국택배도 합류했다. 택배 시장은 외환위기의 영향도 받지 않고 성장을 거듭했다. 인터넷 보급으로 온라인 판매가 폭증하고 홈쇼핑 방송 채널도 더 늘었다. 대형마트와 서점도 택배로 고객이 편하게 제품을 받아보는 서비스에 참여했다. 현재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우체국택배를 5대 택배기업이라고 한다.
택배산업 규모는 지난해 8조8000억원에 이르렀고 수년 안에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경제활동인구 기준으로 1인당 연간 평균 택배 이용횟수는 131회다. '로켓택배'를 내건 쿠팡의 등장으로 택배산업은 경쟁이 더 격화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규모는 현재 230조원가량인데 더 커질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업체의 가세로 택배산업의 미래는 밝다.
온라인 택배업과는 별도로 중국집 '철가방'식의 음식배달을 체계화·기업화한 앱을 통한 배달 서비스업 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일반 택배보다 시장규모가 훨씬 크다.
국내에 처음 들어온 외국 특송업체는 DHL코리아로 1977년의 일이었다. 국내 택배 업체들도 외국으로 시선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를 필두로 유럽과 미국, 중남미까지 진출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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