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마지막 날 행사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보수 진영에서 반감을 갖는 재분배 대신 '기회의 경제'라는 정책 기조를 들고나와 진보는 물론이고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화 연합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선언한 '기회의 경제(opportunity economy)'가 과연 무엇인지를 놓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하면서 "우리는 내가 기회의 경제라고 일컫는 것을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기회의 경제는 모든 이들이 경쟁하고 성공할 기회를 갖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마술봉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분석 기사에서 해리스의 '기회의 경제'는 유연한 우산으로 해리스의 모든 정책을 담는 그릇이라고 평가했다.
부모 양육 지원부터 주택 구매 지원, 바가지요금 금지에 이르기까지 해리스가 제안한 모든 정책들을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노스다코타주 대표이자 농촌문제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민주당 전당대회(DNC)에 참석한 카일리 오버센은 기회의 경제가 듣는 이에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회는 미국에서 선호도가 더 낮은 재분배, 평등, 다양성 없이도 민주당이 평소 주장하던 주제들을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로 간주되고 있다.
연방정부가 자원을 제공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이들이 후한 급여를 주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사업을 시작하거나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민주당 정책을 거부감 없이 유권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마술봉인 셈이다.
심지어 공화당의 전유물과도 같던 '애국주의' '자유'도 이 안에 포함된다.
공화당은 오랫동안 정부의 의무는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기회의 평등이 이제 민주당 해리스의 정책에 녹아든 것이다.
기회의 평등은 앞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6년 연설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모든 남성과 여성이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갖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따라서 (남녀 성비를 맞추는) 쿼터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직 시절 그의 기념비적인 도시 정책인 '기회 구역' 세제우대 정책을 편 바 있다.
해리스는 공화당의 전유물 같았던 기회의 평등을 이번 DNC에서 맘껏 자신의 정책 비전에 포함했다.
그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기업과 노조가 함께 "일자리를 만들고, 미 경제를 성장시키며, 의료부터 주택,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필수품 가격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해리스는 소기업주들이 더 많은 자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국의 주택 부족 문제도 끝장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인, 노동자에서 소비자로
해리스의 기회의 경제 핵심 가운데 하나는 미국인들을 노동자로 보는 대신 소비자로 보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노동자로서의 미국인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의 공급망 미국 회귀(리쇼어링), 트럼프의 대규모 관세 정책은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럴 경우 수입 물가가 대폭 올라 미 가계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런 부작용은 감수해야 할 필요악 정도로 이들은 간주하고 있다.
해리스는 다르다.
해리스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공약을 신랄히 비판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관세율도 올리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사실상 국가가 판매세를 물리는 것과 같다면서 중산층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들도 간접세인 관세는 소득이 낮은 이들에게 피해가 집중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