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알렛츠 사무실을 찾은 피해자가 불 꺼진 사무실을 바라보는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16일 갑작스러운 폐업 발표로 피해자들이 속출한 이커머스 '알렛츠'에 대해 경찰이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 알렛츠가 경영 악화로 대금 정산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무리하게 영업을 계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는 수사에서 알렛츠의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라고 봤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19일 박성혜 인터스텔라(알렛츠 운영사)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알렛츠에서 일했던 직원 등 관계자를 조사했으며 조만간 박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까지 상품 미배송 및 환급 지연 피해자들의 한국소비자원에 접수한 소비자 상담은 470건을 넘어섰고, 입점 판매자들은 사실상 7월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피해액이 최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무제표상 부채 금액만 317억원이 넘고 지난 2023년 당기 순손실 104억원을 기록한 알렛츠는 영업 종료 고지 전 파격적인 할인쿠폰 발행을 통한 최저가 판매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피해자들은 알렛츠가 자본잠식 상태로 경영이 어려운데도 몸집만을 키우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영업을 이어온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알렛츠 측은 아직까지 환불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공지도 내놓지 않았다.
입점 판매자들에 따르면 이미 6월 분 판매 대금부터 정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알렛츠는 당월 판매금액을 그 다음달 15~16일에 중간 정산을 한 뒤 나머지를 31일에 정산해주는 구조였다고 한다. 판매 후 30~60일 후에 정산이 이뤄지는 것이다. 한 판매자는 "6월 판매 대금이 정산일에 들어오지 않아 8월 초에 알렛츠 측에 문의하자 선정산 대출을 해준다며 은행이 아닌 대부업체를 소개시켜줬다"며 "판매자 의사와 상관 없이 알렛츠가 자체적으로 쿠폰가를 적용해 최저가에 등록시킨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영업 종료 고지 전인 7~8월부터 영업이 어려웠지만 늦은 정산 구조를 이용해 최대한 매출을 확보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사기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티메프'와 마찬가지로 알렛츠에 대한 수사도 고의성 입증을 주요 쟁점이라고 봤다. 곽준호 형사전문변호사(법무법인 청)은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져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움에도 그 사실을 숨기고 고의적으로 판매를 계속했다면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수사기관에서는 대금을 정산하지 않고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일종의 '돌려막기'로 보고 형사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박 대표는 한 매체에 "알리 등 투자처를 알아봤지만 최종 투자가 불발됐다"며 "개인자산은 모두 피해 변제에 사용할 예정이며, 회사 매각도 알아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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