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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민간소비 살아난다”...내수 어려운데 한은이 자신한 이유는

민간소비 변동성 중 ‘소비 관성’이 88%
계절 지출 등 기존 패턴 반복되는 소비
이자 비용 등 ‘소비 조정’은 영향력 낮아
“소비관성 전망 시 민간소비 개선세 지속”

“하반기 민간소비 살아난다”...내수 어려운데 한은이 자신한 이유는
지난 12일 서울의 한 먹자골목에 음식점 메뉴판이 놓여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민간소비 변동에서 계절 지출, 계획 소비 등 관성적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8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 이자비용 등 거시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보다 과거 패턴이 지속되면서 반복되는 소비가 민간소비의 움직임을 더 잘 반영한다는 뜻이다. 한은은 최근 관성적인 소비로 미루어볼 때, 재화, 서비스 소비가 모두 회복돼 국내총생산(GDP) 민간소비가 하반기에 완만하게 개선된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25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빅데이터 기반 소비패턴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당월 민간소비 변동(Nowcasting)의 약 87.6%가 ‘소비 관성’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변동성은 ‘소비 조정’ 요인에 의해 좌우됐다.

이때 소비 관성이란 과거 패턴이 지속될 경우 예상되는 소비다. 품목별 소비에서 △소비 트렌드의 지속 △계획된 소비의 실현 △계절성에 따른 주기적 지출 등 기존 패턴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관성적인 행태가 관찰되는 소비를 뜻한다. 반대로 소비 조정은 소비자 심리, 공적이전, 이자비용, 근로·사업·재산소득 등 거시환경 변화를 반영한 비관성적인 소비다.

한은은 당월 민간소비 변동에서 소비 관성과 소비 조정을 구분한 이유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민간소비의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6~2019년 중 민간소비 변동성은 GDP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서비스 펜트업 소비 확대,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 물가 급등,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지출 증가와 이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민간소비 변동성이 GDP 변동성을 상회하고 있다.

이에 한은은 소비패턴을 보여주는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와 소비활동에 대한 정성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 뉴스보도 등의 데이터를 결합해 빅데이터 기반의 단기전망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은 재화 및 서비스 19개의 세부 품목별 전망을 통해 월별 소매판매지수, 서비스지수 및 분기별 GDP 민간소비와 소비자물가 등을 동시에 전망할 수 있다.

“하반기 민간소비 살아난다”...내수 어려운데 한은이 자신한 이유는
한국은행 제공.
한은의 단기전망 시스템에 따르면 과거 소비조정이 크게 작용한 사례는 코로나19 발생 직후다. 2020년 1월 기준 소비조정 효과를 살펴보면 코로나19 발생으로 소비자심리가 악화하며 소비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공적이전소득이 이를 일부 상쇄했다. 이후 2022년 6월에는 이자지출 및 심리 요인이 소비 관성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소비 변동의 대부분을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달 말 자료를 기준으로 소비 관성의 전망을 산출했을 때, 재화 소비는 상반기 중 둔화된 흐름을 지속하다가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서비스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 거주자 국외소비 및 비거주자 국내소비는 소폭 둔화 후 회복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GDP 민간소비는 2024년 2·4분기 소폭 둔화 이후 완만한 개선세를 지속하고 소비자물가는 향후 둔화추세를 이어간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범석 한은 경제모형실 거시모형팀 과장은 “소비 관성은 19개 품목의 명목 및 실질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월별 소매판매, 서비스 생산 및 소비자 물가와 분기별 명목·실질 민간소비 및 소비 디플레이터를 추정했다는 점에서 전망의 정합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전망시계가 길어지면 소비관성의 설명력은 낮아지고 거시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소비조정의 영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돼 이번 모형은 장기 전망보다 단기 전망에 유용한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