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61건·위메프 56건·큐텐테크놀로지 19건 신고접수
임금체불 2조 시대 우려
권고사직 이어지며 피해규모 커질 듯
티몬·위메프 사태 피해자들이 13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조속한 정산 및 환불 조치, 구영배 큐텐 회장 등 관련자 수사를 촉구하는 검은 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티몬·위메프 등 큐텐그룹 계열사의 임금체불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신고를 받았지만 벌써 150건에 가까운 사건이 접수됐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올해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고인 2조 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큐텐그룹 계열사에서 총 136건의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됐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티몬 61건, 위메프 56건, 큐텐테크놀로지 19건 등이다. 큐익스프레스에서는 아직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나야 체불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신고가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지방관서와 협력해 고용유지, 퇴직자들 취업알선까지 연결해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36조에 따르면 퇴직금은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일부 계열사 월급 지급일이 지난주인 것을 감안하면 피해규모 확산은 불가피해 보인다.
큐텐 계열사 직원 수는 3000명 이상으로 퇴직연금 의무 가입 대상이지만 가입이 돼 있지 않아 사실상 퇴직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장기근속자의 경우 퇴직금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전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간이대지급을 통해 도산한 회사를 대신해 최대 1000만 원까지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외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나머지 금액은 큐텐에 청구해야 하는데 파산을 하게 될 경우 지급받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직원들의 퇴사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위메프는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일부 직원은 실업급여라도 받기 위해 권고사직을 수용했다. 이후 퇴사 행렬은 큐텐 계열사 전반으로 퍼졌다. 큐텐테크놀로지도 지난 14일 "고객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 회생 절차 신청으로 서비스 대금을 받지 못해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앞서 노동당국은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티몬·위메프 등에서 직원 임금체불이 잇따르자 서울강남지청과 서울남부지청에 별도 전담팀을 두고 임금체불 예방과 피해 근로자 권리구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임금체불 피해자를 위한 대지급금 지급과 생계비 융자를 추진하면서 이번 사태의 여파로 발생한 대규모 실직자에 실업급여를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사업 정상화 또는 매각 등 향후 추이를 살펴보면서 근로감독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임금체불액 2조 원 시대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 7845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는 작년부터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엄정대응을 선언하고 기획감독·특별감독 등을 진행해왔지만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액은 지난해보다 27%나 증가한 1조 436억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1조 원을 넘어섰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