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난 2016년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데 이어 이제는 '마약 공급국'으로 불리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국내 마약류 범죄의 양상이 단순 투약을 넘어 직접 재배하고 제조하는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마약류 범죄에 대한 수사에서 공급사범과 수요사범을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류 공급사범이라 할 수 있는 밀경사범, 밀수사법, 밀매사범, 밀경사범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3배 증가했다. 이는 마약류 공급사범이 2021년 8522명에서 2022년 6602명을 거쳐 지난해 1만2226명으로 늘어난 결과다. 문제는 마약류 공급사범의 증가폭은 전체 마약류 사범의 증가폭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전체 마약류 공급사범의 증가폭은 지난해 2만7611명으로 3년 전인 2021년의 1만6153명과 견줘 1.7배 증가한 것에 그쳤다. 물론 1.7배 역시 높은 증가세이지만, 2.3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마약류 공급사범이 늘어난 배경에는 투약사범과 소지사범 등 마약류 수요사범이 마약류 공급으로까지 뛰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마약류 중독에 빠진 이들이 지속적으로 마약류를 투약해 오다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밀조나 밀경, 판매까지 뛰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제1부(전경호 부장판사)는 지난 5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5)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8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자신의 주거지 등에서 감기약 등을 이용해 필로폰 약 18g을 제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필로폰을 제조한 이유는 자신이 투약할 필로폰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에 자수한 A씨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받던 중 필로폰을 투약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공급사범이 확대되고 있고 공급범죄가 수요범죄에서 진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마약류 범죄를 수사할 때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만석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은 "마약류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공급과 수요 2가지 측면을 동시에 막을 수 있는 전방위적 수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