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전제로 거래세 줄였지만
금투세 없애도 원상복귀 힘들어
내년 예정대로 0.15%로 인하
이달 초인 지난 5일 주가가 출렁이면서 평시 대비 거래가 8조원 이상 늘어났지만 낮아진 증권거래세에 큰 세입 효과는 거두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이른 증권거래세를 2019년 대비 30% 가까이 낮춰둬서다. 정작 금투세 도입은 무산 논의가 오고가는데 비해, 거래세는 내년에도 예정대로 재차 인하될 예정이다. 금투세와 무관하게 사실상 '증권거래세 감세'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거래세율이 낮아지며 거래 건수는 늘었지만 효과가 소액 '단타'에 그치며 법안 본연의 취지인 거래 증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자 증대가 먼저 윤곽을 보인 후 도입을 검토했어야 하는 법안이 오히려 선제적으로 시장에 드러나며 장기 투자 심리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코스피 기준 실적치를 보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지난 5일 주식 거래량은 18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을 기준으로 이전 11일간의 평균 실적은 11조5000억원, 이후 11일은 10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두 배 가까이 거래가 늘어난 셈이다. 주가 급락에 따른 '급처분'과 상승 기대감을 반영한 매수가 결합돼 이익 실현에 대한 세입은 적을 공산이 크다. 거래량이 늘어난 만큼 거래세 수입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미 2019년부터 지속해서 거래세를 낮춰온 탓에 이 역시 세입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펴낸 '8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증권거래세는 거래대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월까지 누적 2508조원으로 거래대금이 전년 대비 12% 이상 늘었지만 0.02%p 낮아진 세율을 극복하지 못했다. 단순히 계산해서 5일 하루 18조8000억원의 거래가 모두 거래세율이 그대로 부과되는 개인거래라고 가정하면 전년 0.2% 세율에 비해 하루만에 38억원가량의 세수가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증권거래세의 개인 납부 비중이 75%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기관투자 등 거래세 면제 조항을 따져도 28억원가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거래세율은 이미 2019년 0.25%에서 시작해 2022년까지 2년마다 0.2%p씩을 낮춰왔고, 지난해에 이어 내년에는 0.3%p를 재차 하향할 예정이다. 거래세율은 현행 0.18%에서 내년부터 0.15%로 낮아진다. 높은 금융소득을 올리는 부유층이 아닌 모든 투자자에 부과하는 세금을 낮춰 '부자감세'가 아닌 '투자 활성화'가 목표라는 취지를 강화한 모양새다.
문제는 거래세 완화가 실질적인 거래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량을 모두 부과대상이라고 가정하면 0.02%p 하향 시에는 약 10%, 0.03%p 경우에는 20%의 양적 성장이 이뤄져야 세율인하 이전 수준의 세입을 거둘 수 있다.
'서킷 브레이커' 이후 우리 주식시장 거래량은 다시 일 평균 10조원 수준으로 돌아왔다. 1년 전인 8월 둘째 주 월요일 거래량인 11조원과 크게 변함이 없는 수치다. 세 부담 완화가 통상 거래량을 키운 것이 아니라, '서킷 브레이커'와 같은 비상시에 '단타'를 오히려 조장한 모양새가 됐다. 특이사항이 발생할 경우 단기적으로 매매가 늘어나는 것은 세율과 무관한 현상이다. 사실상 법안 취지는 달성하지 못한 채 유사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데 오히려 일조한 셈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래세 인하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소액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실시한 것"이라며 "폐지에도 거래세가 낮게 유지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이 가지고 있는 초단기 투자 문제 심화, 세수 축소라는 부정적 결과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액주주들의 거래가 잦고 이익이 작은 만큼 거래세까지 부담하기보다 인하하는 방향이 맞다"며 "알고리즘 기법을 활용한 박리다매, 프로그램 매매 등의 금융 기법 도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투명성을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거래세 인하를 비롯해 장기투자 장려 등의 조치와 함께 금투세 도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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