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가 남아보다 약 10배 이상 많이 발생
성조숙증 아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원인·조기 치료 중요
뉴스1
[파이낸셜뉴스] 자녀 성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가 제대로 잘 크고 있는지 또래보다 유독 성장이 급 발달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성조숙증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성조숙증은 여아 만 9세, 남아 만 10세에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아가 남아보다 약 10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인석 명예원장은 “성조숙증 원인은 유전 영향도 있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소아비만,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특히 여아는 성조숙증 발현 시 빠른 초경으로 키 성장에 영향을 받고 여성질환과 여성암 발생 위험도 높아져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26일 조언했다.
성조숙증은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빨리 시작돼 ‘이른 사춘기’라고도 불린다. 여아는 8세 미만인데 유방이 나오고 음모가 나거나 남아의 경우 9세 미만에 음모가 나거나 고환이 4mL 이상으로 커진 경우다.
최근 패스트푸드, 맵단짠 음식, 야식 등 자극적이고 고 열량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서 소아비만이 많아지고 있다. 비만으로 지방세포가 늘면서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랩틴호르몬을 증가시켜 성조숙증을 유발한다. 또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호르몬 증가도 성조숙증 원인으로 꼽힌다. 살충제, 플라스틱, 캔 등에 들어 있는 환경호르몬은 한번 생성되면 잘 분해되지 않는데, 내분비 호르몬이 정상 작용을 하지 못하게 교란시켜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성호르몬 작용을 차단해 불균형을 일으킨다.
잘못된 생활습관도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등을 늦은 시간까지 이용하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 잠자리 시간이 늦어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성조숙증 위험을 높인다.
성조숙증은 아이는 물론 가족에게도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준다. 여아는 어린 나이에 초경을 경험하면서 불편한 생활과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남아는 공격적이거나 반항적인 성향 등 정서적, 심리적으로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초기에는 성호르몬 과분비로 키가 잘 자라는 것 같아 보이지만 성숙이 빨라지면 성장호르몬 불균형으로 성장판이 빨리 닫혀 성인 키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자녀가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이 활성화된 것인지 우선 확인 후 골 성숙 진행 상황, 다른 질환이 동반되진 않은지, 사춘기의 진행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판단한다. 또 사춘기 진행을 촉진시킬 수 있는 영양제나 약물 복용 여부도 확인한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4주~12주 간격으로 지연 주사를 처방 받는다. 간혹 성조숙증을 치료하면 키가 자라지 않을 것으로 걱정하게 되는데,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교정도 필요하다.
기름진 육류와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 열량이 높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소고기, 닭고기, 흰살 생선과 같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또 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하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은 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임 명예원장은 “성조숙증 치료는 아이 성장 속도를 맞춰 각종 질환 발생을 최소화하고 아이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라며 “아이 성장이 의심될 경우 소아검진으로 꼼꼼하게 체크하고 적절한 시기에 조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