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책 힘실려
정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추진
야당은 "온플법 제정해야" 주장
공정위도 판매자 보호 강화 검토
1조 3000억 원에 이르는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업계 전반에 우려를 확산시키며 재발 방지책에 대한 촉구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기존 규제 밖의 신시장에서 사태가 촉발된 만큼 가이드라인 등 관련 규제를 넘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까지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 플랫폼의 대금 정산 기한을 법으로 정하고, 결제 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기존 대규모유통업에서 설정하는 40일 등보다 짧게 정산 기한을 도입해 판매업자의 대금을 신속하게 집행할 방침이다.
야당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사태 초기부터 '온플법' 도입을 통해 관련 문제를 통합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신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법을 만들기보다 기존 법 체제를 개정해 적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기조 역시 갑을 분야의 문제는 자율규제에 맡긴다는 방향에 가까웠다.
21일까지 집계된 티몬·위메프 사태의 피해 규모는 4만 8000개 사에 1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전자금융결제(PG)를 겸업하지 않는 여타 e커머스 업체도 같은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미정산 및 환불 취소 사태가 다른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새로운 법 제정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상승 등 플랫폼 관련 이슈가 연이어 일어나며 자율적인 갑을 관계 규율에 균열이 생겨나는 중이다. 현행법으로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모두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별도의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역시 이 같은 상황 변화를 고려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판매자 보호 조치 강화를 위한 표준거래계약서 도입 및 마케팅 비용 부담 전가 금지 등 조치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갑을 관계 규율을 100% 자율 규제에 맡기기보다는 위법 행위 발생 여지가 큰 부분에 한해서는 법으로 규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만 플랫폼 관련 법안을 8건 발의했다. 티몬·위메프 사태 발생 이후 발의된 법안에는 정산 주기를 법제화하거나, 중개 수수료의 상한을 정하는 등 강력한 규제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플랫폼법 제정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내용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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