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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방문진 새 이사 임명 막아..사법부 역사 오점될 것"

법원, 방문진 이사진 임명 집행정지 신청 인용
MBC 대주주 이사진 임명 제동 걸려
여권·법조계 "법원이 정부에 인사권 행사한 격"
판사 정치적 성향 논란까지 제기

"법원이 방문진 새 이사 임명 막아..사법부 역사 오점될 것"
방송문화진흥회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진 임명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법원이 사실상 정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란 지적 속에 정치권 외에도 법조계에서도 "사법부 역사에 오점을 남긴 사건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여권에선 방문진 신임 이사진 임명을 막은 판결을 이끈 법원 판사가 진보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성향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은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인물이란 여당의 질의에 "법원 내 특정 단체가 있는 것 자체가 국민들이 판결 결과를 수긍하는 데 있어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이날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신청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임명 직후 김태규 부위원장(직무대행)과 '2인 체제'로 지난 7월 31일 방문진 이사 6명을 새로 선임했으나, 재판부는 임명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을 경우 권 이사장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2017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펴낸 '인권판례평석'에 강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위헌성, 모욕죄의 위헌성, 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안 무효확인사건 등에 관한 논문을 실었다. 당시 해당 책에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들이 글을 실었고 이들 중 상당수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등 요직을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로 행정부 인사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에 김 직무대행은 "그러한 우려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행정기관의 임명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재량행위로서 위법이 명확하지 않는 이상 존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임명 처분의 집행정지 사건이 인용되면 임명 행위 효력 자체가 상실돼 사실상 법원이 새로 임명된 신임 이사를 해임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면서 "이에 따라 임명행위에 하자가 명백하지 않은 이상 집행정지 결정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집행부정지(심판청구가 처분 등 효력이나 집행·절차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않음) 원칙에 따라 과거 문재인 정부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 '강규형 KBS 이사'의 위법한 해임에 대해선 모두 집행정지 신청이 모두 기각되고 본안 소송에서 해임이 최소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재판부는 집행 부정지라는 기존 법원의 입장과 법리와 달리 집행정지 인용 결정해 방문진 신임 이사들을 사실상 해임하는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라면서 "사법부 역사에 중대한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