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망 접촉 위해 중국 갔다가 체포
기밀 30건 누설하고 1억6000만원 수수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49)씨가 중국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포섭돼 돈을 받고 군 비밀요원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검찰단은 2017년께 중국 정보요원 추정 인물에 포섭돼 2019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금전을 수수하면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군형법상 일반이적 등)로 A씨를 지난 27일 구속기소 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1990년대부터 부사관으로 정보사에 근무하다가 2000년대 중반 군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범행 시기에는 정보사 팀장급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5급 군무원으로 알려졌다.
현지 공항서 체포돼 포섭 제의 받아…"가족 협박 두려웠다"
군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4월 자신이 구축한 현지 공작망 접촉을 위해 중국 옌지 지역으로 갔다가 공항에서 중국 측에 체포돼 조사받던 중 포섭 제의를 받았다.
군검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 귀국 후 부대에 체포·포섭 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A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가족 관련 협박을 받아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을 체포한 인원이 중국 정보요원이라고 밝혔다고 진술했다. 해당 인물의 신원과 소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포섭 직후부터 돈을 받고 기밀을 유출했다고 조사에서 말했지만, 객관적 자료로는 2019년 5월부터 돈을 받았으며 2022년 6월부터 기밀을 누설한 것으로 확인돼 공소장에 적시했다고 군검찰은 밝혔다.
A씨는 중국에서 많이 쓰는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에 깔린 게임 내의 음성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 중국 요원과 소통했다.
음성 메시지는 A씨가 모두 삭제했으나 국군방첩사령부가 포렌식 작업으로 2천 건에 달하는 메시지를 모두 복구했다.
A씨는 중국 요원에게 약 40차례에 걸쳐 돈을 요구했다. A씨가 요구한 돈의 액수는 총 4억 원에 달하며, 실제로 지인 차명계좌 등을 통해 받은 돈은 1억6205만 원으로 공소장에 기재됐다.
A씨는 중국 요원과 나눈 음성 메시지 대화에서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는 중국 요원의 요구에 "돈을 더 주시면 자료를 더 보내겠다"는 말도 했다고 군검찰이 전했다.
A씨는 자신이 생산한 비밀은 영외로 빼돌리거나 사무실에서 메모했고, 부대 내 열람만 가능한 다른 부서의 비밀은 휴대전화의 무음 카메라 앱으로 촬영했다. 기밀을 출력하거나 화면 캡처하는 수법도 있었다.
이렇게 수집한 비밀을 A씨는 분할 압축 방식으로 쪼개서 중국에서 사용되는 클라우드에 올리고 비밀번호를 걸어뒀다. 클라우드에는 매번 다른 계정으로 접속했고, 파일 비밀번호는 게임 음성 메시지로 전달했다.
군검찰 관계자는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쉽게 허용됐고, 다른 부서의 비밀에 대한 접근도 용이했다"고 말했다.
"흑색요원 명단도 누설…북한 내 휴민트와는 관련 없어"
A씨가 빼돌린 자료는 문서 형태로 12건, 음성 메시지 형태로 18건 등 총 30건으로 확인됐다.
군검찰 관계자는 "누설된 비문 중 일부 흑색요원 명단이 있는데 이들 흑색요원은 북한에서 활동하는 요원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사건은 북한 내 인적 정보(휴민트) 요원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건을 초동 수사한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 8일 A씨를 군검찰에 송치할 때 북한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군형법상 간첩죄도 포함했다.
하지만 기소 단계에서는 간첩죄가 빠져 북한 관련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군검찰 관계자는 "방첩사 조사 단계에서는 A씨에게 접촉한 중국 요원이 북한 요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이 식별된 부분이 있었다"며 구속 기간 만료로 확인하지 못한 사항을 추가로 파악해 A씨 혐의를 간첩죄로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기밀 유출과 별개로 정보 관련 예산 약 16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포착돼 별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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