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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산업 지탱하는 외국 우수인력 입국 길 넓혀야

인력부족 심화로 외국인 역할 확대
고용허가제 20년, 발전방안 모색을

[fn사설] 산업 지탱하는 외국 우수인력 입국 길 넓혀야
배추 수확 돕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사진=뉴스1


외국인 근로자가 고용허가제로 한국 땅을 밟은 것이 오는 31일이면 20년이 된다. 필리핀 근로자 92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처음 입국한 이후 지금까지 100만명 넘는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로 왔다고 한다. 올해 입국한 이들만 16만여명이다.

외국인 인력이 급증한 것은 산업계 인력난 해소 차원에서 정부가 비전문취업비자(E-9) 인력을 올해 역대 최대로 늘린 결과다. 영세사업장의 고질적 일손 부족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큰 보탬이 된 게 사실이다. 이들이 없다면 당장 공장 기계가 멈출 수 있다. 현재 고용허가제 송출국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16개국인데 내년엔 타지키스탄이 추가된다. 외국인 인력은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의 이웃이 된 100만 외국인 근로자를 둘러싼 문제를 되짚어보고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의 핵심 인력이 됐다. 지역 공단을 떠받치는 기둥이기도 하다. 작은 조선소에선 관리소장은 한국인이지만 용접과 도장 등 현장 일은 99%가 외국인 몫이라고 한다. 농어촌도 마찬가지다. 이들 없이는 농사도 못 짓고, 물고기도 못 잡는다. 외국 인력은 지방 소멸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도 한다. 충북 음성은 인구의 15%가 외국인이다.

이렇듯 외국인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축이 됐지만 산업재해, 인권침해, 불법체류, 잦은 이직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 비율은 10.5%였다. 외국인 산재 사망자의 비율은 내국인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내국인들이 기피한 자리를 대신한 이들의 안전이 방치돼선 안 될 일이다.

예외적 사유에 한해 3년 내 3차례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해 입맛대로 사업장을 고르는 외국인도 많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26%가 입국 3개월 내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받았다. 사업주들의 피해가 쌓이는데 이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불법체류자 증가세도 만만치 않다.

저출산·고령화의 후유증이 더 심해질 미래에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생산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숙련된 고급인력 유치에도 정부가 적극 길을 터줘야 한다. 숙련기능인력(E-7-4) 비자요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부터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E-7-4 비자는 본국으로 출국하지 않고도 연장이 가능하고,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도 초청할 수 있다. 까다로운 기준을 완화해 숙련인력을 경쟁국에 뺏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양육비용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인데 현행법으론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최저임금은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으로 개선돼야 한다.
대만과 홍콩 등의 사례를 참고해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인종차별 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수준 높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조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