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경기도의장 "도지사 보좌진들 소통없어, 의회 무시" 경고
경기도 최초 비서실·보좌기관 행정사무감사 '집중 검증' 예정
'호가호위' 정무라인, 갑에서 을로 행감 임해야 하는 상황
민주당 상당수 찬성, 김동연 대권행보 걸림돌 될 수 있어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이 지난 8월 만나 소통과 협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기도의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후반기를 맞아 새롭게 개편한 비서실과 정무라인 등 참모진들이 경기도의회로부터 '소통 부족'이라는 경고를 받으면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이들 측근들은 김 지사를 보좌해 정책 조율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공무원 조직 맨 꼭대기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견제와 비판의 '성역'으로 남아 있었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거만하게 잘난 체하며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뜻) 참모진들의 결정은 곧 김 지사의 결정으로, 공무원들에게는 김 지사에 버금가는 '절대 갑'이었다.
특히 경기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비서실과 보좌기관을 후반기부터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성역으로 남겨져 있던 측근들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는 오는 2일부터 '제377회 임시회'를 시작으로 13일까지 후반기 첫 의회 활동에 나선다.
김진경 경기도의장 '소통 부족' 경고....비서실·보좌기관 첫 행정사무감사
1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집행부와 의회 간 소통이 전혀 안 된다"며 "지사를 보좌하는 사람들의 소통도 전혀 없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취임한 뒤 비서실장과 정무실장이 찾아온 적도 없고, 전화 한 통 없었다"며 "의회를 무시하는 것으로,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으면서 소통한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민생을 위한 협치가 제일 먼저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집행부가 능동적·적극적이지 않다. 소극적으로 자기들 위치에서만 움직이는 것 같다"며 "집행부와 소통이 전혀 안 되는데 의회 차원의 협치가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회는 지난 7월 비서실과 보좌기관을 도의회 행감 대상에 포함하는 '경기도의회 위원회 구성·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공포하며, 측근들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예고했다.
비서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이며, 보좌기관이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포함되기는 경기도가 전국 처음이다.
하지만 측근들은 지난 7월 25일 열린 도의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갈등을 빚는 등 아직까지 '절대 갑'으로서의 위치를 내려놓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도 찬성한 보좌진 견제...김동연 대권행보 '위기'
그런가 하면 비서실과 보과기관을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포함시킨 조례 개정안에 김 지사와 같은 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찬성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당초 해당 조례안은 재석의원 115명 중 찬성 98명, 반대 13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됐다.
도의회 정당별 의원 수는 민주당 77명, 국민의힘 76명, 개혁신당 2명 등으로, 민주당 소속 의원 상당수도 조례안에 찬성한 셈이다.
행감을 받게 되는 대상은 도지사 비서실과 정책수석·대외협력보좌관·정무수석·행정특보·기회경기수석·국제협력특보 등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처음부터 김 지사와 집행부의 소통 부족과 협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민주당에서도 적지 않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김 지사의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친명계(친이재명) 의원들이 김 지사에 대한 견제를 위해 찬성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 보다는 그동안 누적된 김 지사에 대한 불만 등 '소통 부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김 지사가 대권 행보에 치중하고 있는 점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컵라면 격노' 영상과 관련, 연출된 상황이 아니라는 경기도 해명에 대한 집중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에서도 비서실과 보좌기관의 한 차례 무산된 업무보고로 인해 불통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으로, 김 지사 정무라인에 대한 검증이 곧 도지사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내 한 의원은 "비서실과 보좌기관을 행감 대상에 포함한 것은 결국 김동연 지사의 대권중심 행보를 견제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분명한 것은 민주당 내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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