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미 백악관, 기후펀드 방출 속도 높인다..."새 행정부 들어와도 못 되돌려"

[파이낸셜뉴스]
미 백악관, 기후펀드 방출 속도 높인다..."새 행정부 들어와도 못 되돌려"
미국 백악관이 IRA로 마련된 4000억달러 청정에너지 지원 기금 방출을 임기 말까지 대폭 늘리기로 하고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2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파운틴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 AP 연합


미국 백악관이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기후 위기에 대응한 각종 기금에 대한 정부 자금 지원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기후 위기 대응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를 대비한 포석이다.

앞서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에너지부의 대출프로그램국(LPO)에 4000억달러를 배정해 기후 위기에 대응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토록 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도 자금 배분이 지지부진했다.

65억달러 대출이 전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월 31일(현지시간) LPO 자료를 인용해 지금까지 4000억달러 지원 기금 가운데 실제 대출이 시작된 것은 고작 65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지원을 받은 곳은 단 5곳에 그쳤다.

3900억달러 넘는 자금이 낮잠을 자고 있다는 뜻이다.

오는 11월 5일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LPO 자금 지원은 중단될 것이란 전망 속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막판에 대거 자금 집행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대출이 시작된 65억달러 외에 바이든 행정부는 스타트업들에 대해 249억달러 대출을 약속했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7월 말 현재 기금 대출 신청은 200여건, 금액은 2810억달러 수준에 이른다.

속도 내는 자금 지원


지지부진하던 기금 활용은 최근에서야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LPO는 대형 태양광 패널 업체에 14억5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고, 배터리 부품 업체 한 곳에는 12억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또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태양광발전 단지와 배터리 저장 설비에 8억6100만달러 차관을 공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최종 계약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과 포드자동차 합작벤처를 비롯해 모두 19개 업체가 그동안 기금에서 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최종 계약 단계로 진행하지 못해 자금줄이 막혀 있는 상태다.

19개 업체의 약 절반은 미국이 자국 내에 유치하려고 애쓰고 있는 배터리와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배터리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을 끊어버리기 위해 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배정해놨지만 정작 이 돈이 행정부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트럼프도 되돌리지 못하게


그렇지만 트럼프가 전기차와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이어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묵혀 있던 자금은 회수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하루빨리 최종 계약을 통해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다.

이 기금은 의회 승인 없이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의회 합의가 필요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등과 다르다.

백악관을 누가 차지하는지가 기금 집행의 운명을 가른다.

LPO만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재무부를 비롯해 다른 행정부처들도 법제화된 청정에너지 세액공재 규정과 재정 지원 규정을 1월 이전까지 완성해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를 되돌리지 못하게 노력하고 있다.

한편 양당(바이파티전)정책센터의 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 사샤 매클러는 만약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는 원자력, 수력, 탄소포집처럼 공화당이 더 선호하는 기술들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