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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년병장 원인미상 죽음 "10개월 되도록 진상 밝혀지지 않아"

징계로 외딴 숙소서 17일간 혼자 지내다 점호 안해 오후에야 발견 군사경찰, 범죄 관련성 없다고 보고 민간 경찰 수사 의뢰 안 해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1월 말년병장 원인미상 죽음 "10개월 되도록 진상 밝혀지지 않아"
군 사건·사고 일러스트 이미지. 자료=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국방정보본부 예하 모 부대에서 근무하던 20대 '말년 병장'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사건 발생 10개월이 되도록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의 안이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정보본부 예하 모 부대에서 병장 A(21)씨는 근무 도중에 발생한 일로 징계를 받는 차원에서 피해 병사와 격리돼 지난해 10월 26일부터 부대 막사와는 약 10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코로나19 유행 시기 임시 숙소로 쓰이던 곳에서 혼자 생활하는 방식의 벌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17일 만인 지난해 11월 11일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사망 당일인 토요일 오후 1시 50분쯤 우연히 물건을 찾으러 왔던 간부에 의해 이불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발견됐다. 인원 관리가 기본인 군부대에서 A씨에 대한 아침 점호조차 없었던 탓에 오후에 발견된 것이다.

A씨의 사망 당일 부대에서 오전 점호 등 기본적인 절차를 실시했다면 건강 악화 등를 포착할 수도 있었단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 사망에 대해 '청장년이 사망할 만한 병력 없이 돌연히 사망하는 것'을 뜻하는 '청장년급사증후군일 가능성'을 단서로 달았지만 원인불명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군사경찰은 사망 사건이지만 범죄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민간 경찰에 이첩하지도 않아 경찰에 수사를 맡겨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망 원인과 경위가 불명확한 가운데 부대가 A씨를 점검하지 않는 등 인원 관리 직무를 소홀히 한 것이 사망과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A씨가 사망하기까지 홀로 생활한 기간인 17일을 놓고도 지휘권의 무리한 행사 아니었냐는 논란이 있다.

군인사법은 근신 기간을 15일 이내로 명시하고 있지만, 부대 측은 "A씨는 지휘 조치의 일환으로 분리된 것"이라며 정당한 지휘권 행사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규정대로라면 A씨를 다른 부대로 전출시켰어야 했으나 전역이 12월로 얼마 남지 않아서 본인 의사 등을 고려해 분리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내부 징계 처리 절차를 밟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지금이라도 사건을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해서 제대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제대를 한 달 앞둔 병사가 인권이 보장되지 못한 환경에서 방치되다가 사망한 지 300일 가까이 됐지만, 사건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망 전날 저녁 다른 병사에게 혼자 있는 것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토로했으며, 식사도 다른 병사들이 마친 후에 혼자 먹는 등 동떨어진 생활을 했다. 또 늦가을 날씨 탓에 너무 춥다고 부대 관계자에게 개선을 건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군사경찰은 부대 관계자 징계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고 부대 측에 징계를 요청했지만 부대 측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징계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