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첨단시설 모두 발목
전력망법 정기국회 우선 처리를
한전의 동서울 변전소 전경./사진=뉴시스
전력망 부족으로 205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2.6배 급증할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이 나왔다. IEA는 대규모 전력망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각국의 기후공약이 달성된다 해도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5%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탈석탄 기조로 글로벌 석탄발전량은 연간 3%씩 감소하고 있지만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면 석탄발전 감소량은 연간 1%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IEA는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5000억달러, 2030년 이후 6000억달러 이상의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볍게 흘려들을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산업의 혈관에 해당하는 전력망을 확충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가 됐다. 온실가스를 줄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급증하는 전력수요 대비 차원에서도 전력망 보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특히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시설 증가로 향후 전력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이웃 일본과 대만 등 세계 첨단시설 거점국을 노리는 나라들이 앞다퉈 전력망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도 2036년까지 56조원을 투자해 변전소 336개를 짓고 송전선로를 증설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 발전설비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원자력·태양광 설비가 집중돼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전력이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송배전될 수 있어야 하는데 전력망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반대와 지자체의 안일한 결정으로 사업차질이 끊이지 않는다.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건설사업은 66개월 이상 지연됐고, 북당진~신탕정 건설사업은 무려 150개월이나 늦어졌다. 최근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도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결정이다.
한전은 7000억원을 들여 2026년까지 동서울변전소를 옥내화하고 여유부지에 HVDC 변환소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이 완공돼야 수도권 일대 전기 공급이 원활해진다. 용인 등 경기 남부의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도 차질 없이 공급되는 것은 물론이다.
주민들은 전자파 발생을 이유로 건설에 반대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도 충분치 않다. 실제 한전이 변전소 인근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가정용 냉장고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같은 정도의 수준이었다.
전력망 확충이 속도전이 된 시대에 매번 주민 반대로 전력망 공사가 발목이 잡혀서야 될 일인가. 이를 막기 위해서도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에 관한 특별법' 제정은 시급하다. 전력망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책을 담았다.
하지만 여야 큰 이견이 없는 법안인데도 국회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기후재앙을 줄이고 첨단 산업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2일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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