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DSR
수도권 주담대 한도 대폭 축소
은행 대출 총량 관리 천차만별
실수요자 신규대출 못할 수도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시중은행과 2금융권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한도를 더욱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한다. 시중은행들도 자체적으로 대출문턱을 높이면서 본격적인 '대출 혹한기'가 닥칠 전망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라는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각기 다른 대출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출승인이 가능한 은행을 찾아 떠도는 '대출 노마드(nomad·유목민)'도 대거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 조이기에 '대출 혹한기' 도래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가 적용된다. 특히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가산금리를 1.2%p로 비수도권(0.75%p)보다 높게 부여한다. 스트레스 금리를 높이면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수도권 주택을 매입할 경우 변동형 금리의 주담대 한도가 지금보다 2800만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 소득 1억원인 차주는 수도권 5600만원, 지방은 2600만원 정도 축소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시중은행들도 다양한 대출 총량 관리방안을 채택해 대출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신한은행, 29일 KB국민은행이 각각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했고 우리은행(9월 2일), 하나은행(9월 3일)도 이를 중단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이미 6월 말부터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주택뿐만 아니라 준주택 구입자금보증 모기지보험(MCG)에 대해서도 오는 3일부터 취급을 중단한다.
주담대 모기지보험이 없으면 주담대를 받을 경우 소액 임차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 △광역시 2800만원 △기타 2500만원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일괄 축소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를 시행 중이며 신한은행은 3일부터,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적용한다. 대출 만기를 줄이면 연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늘어나면서 DSR이 상승해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한다. 기존에는 한도 제한이 없었다.
전세자금대출도 문턱이 높아졌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최대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우리은행은 더 나아가 오는 9일부터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 매입하는 유주택자에 대해 주담대를 중단하고 전세자금대출 역시 전 세대원 모두 무주택자인 경우에만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 은행이 시행한 조치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하면서 대출 한도가 추가로 줄어들거나 신규 대출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DSR 적용범위 확대와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등이 모두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떠도는 대출 유목민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이 가계대출 억제와 갭투자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에게도 타격을 주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김은진 레오대출연구소 대표는 "현재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무주택자 또는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가 대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갈아타기의 경우 살던 집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잔금 치르는 기간을 4~6개월 넉넉하게 두는데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로 매우 불안해한다"고 덧붙였다.
은행마다 각기 다른 대출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떠도는 '대출 유목민'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강연옥 플팩 대표는 "대출이 필요한 건 결국 서민들"이라며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서민들이 더 비싼 이자를 내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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