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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에 쪼개진 실리콘밸리… IT 큰손들 '막말 전쟁'

민주-공화 지지정당 따라 비난
머스크, 反트럼프 투자자 저격
페이팔 창업자 3인방도 '설전'
이례적인 정치싸움에 긴장감

과거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 및 좌파 진영을 후원했던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기업가 및 투자자들이 올해 대선에서 극심한 분열을 보이고 있다. 현지 업계에서는 대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및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면 대결로 확정되면서 IT 업계의 '큰손'들이 이례적인 정치 싸움을 벌인다고 걱정했다.

■정당 쫓는 실리콘밸리 '큰손'들, 업계 관계자 공개 비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실리콘밸리 큰손들이 서로 대놓고 상대 진영에 선 업계 동료들을 공격하고 있다며 IT 업계의 분열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진 미국 벤처캐피털(VC) 업체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트럼프 지지를 공격했다. 이에 지난 7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답글을 달아 "비노드, 제발 트럼프에 대해 왜곡하지 마라"라며 실명을 언급하면서 비난했다. WSJ는 이외에도 미국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 업체 박스의 아론 르비 CEO가 미국 VC 업체 크래프트 벤처스의 데이비드 색스 창업자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지자인 르비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색스를 향해 감기약에 취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실리콘밸리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었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당 정부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WSJ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IT 큰손들이 민주당 정부의 소득·법인세 인상과 가상자산 규제에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공화당 트럼프가 승리하면 민주당 정부에서 그동안 크게 강화했던 인수합병 규제를 풀어준다고 기대중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머스크와 색스 외에도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업체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의 피터 틸 창업자, 미국 온라인 결제 기업 라이트스파크의 데이비드 마커스 CEO 역시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졌다.

■옛 동료들도 손가락질

이 가운데 머스크와 틸은 과거 미국 결제 기업 '페이팔'을 공동 창업했던 동료로 '페이팔 마피아'로 불린다. 페이팔의 최고운영책임자였던 색스 역시 페이팔 마피아 중 하나다.

페이팔 마피아는 1990년대 후반 페이팔의 창업자와 초기 멤버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들은 훗날 페이팔 매각 자금으로 유튜브, 링크드인 등 여러 IT 기업들을 세워 실리콘밸리의 초석을 닦았다. 페이팔 마피아 가운데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을 세웠던 리드 호프먼은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다. 머스크와 색스는 지난 7월 트럼프 암살 시도 이후 X를 통해 옛 동료였던 호프먼과 설전을 벌였다. 이들의 갈등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양강 구도로 굳어지면서 더욱 치열해졌다. 트럼프는 암살 시도 이후 지지율을 끌어 올렸고 지난달 케네디와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달에 대선후보를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교체했다. 지난 7월 31일 실리콘벨리의 VC 투자자 및 창업자 약 200명은 '카멀라 해리스를 위한 VC'라는 웹사이트에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WSJ는 페이팔 마피아 외에도 여러 VC 투자자들이 지난달 들어 지지 정당에 따라 서로를 공격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환경 산업에 몸담고 있는 IT 업계 관계자들은 화석연료를 홍보하는 트럼프로 돌아선 동료들에 분개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 진영의 홍보 담당자를 맡았던 샘 싱어는 WSJ를 통해 "지금 실리콘밸리는 과거 함께 일했던 개인들이 2개의 진영으로 대립하면서 매우 긴장이 고조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민주당 지지 조직인 '테크4카멀라'의 에다 콜린스 콜먼 공동 창립자는 "우리는 유례없는 양극화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