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추석 이후 폐업 불가피
"민간투자 유치까지 유예를" 요청
시의회는 "이미 2년 부여" 거절
조례안 폐지로 지원근거도 사라져
서울시와 민영화 논의도 지지부진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열린 미디어재단 TBS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지원이 끊겨 극심한 재정난에 빠진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가 추석 연휴 직후 폐업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행정안전부, 서울시, 서울시의회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TBS는 서울시의회에 자구책을 마련할 때까지 최소한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서울시의회는 TBS가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TBS는 민간 투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민영화를 위한 서울시와의 논의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1일 TBS는 직원들의 임금 지급 예산이 바닥났고, 임대료와 관리비도 3개월 넘게 체납됐다고 밝혔다. TBS 관계자는 "시의회에 민간 투자자를 찾을 때까지라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대로라면 추석 이후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시의회는 2022년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인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올해 1월 1일부로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조례 시행 유예를 시의회에 요청하면서 조례안 적용 시점은 6월 1일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후 시는 9월 1일로 지원 종료 시점을 3개월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TBS 전체 예산의 70%를 차지하던 시의 지원은 6월 1일부터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의회는 충분한 시간을 줬음에도 TBS가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TBS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제출하고 2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지금도 폐업을 언급하면서 시의회에 잘못을 전가하고 동정을 얻기 위한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TBS 측의 입장은 달랐다. TBS 관계자는 "시의회가 TBS에 민간투자를 받으라고 본격적으로 요구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라며 "민간투자를 받을 준비를 하려면 최소한 1년에서 1년 반의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도 주지 않고 예산을 끊어버린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서울시는 TBS를 지원할 의사를 갖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말 시의원들에게 TBS 지원 연장을 간곡히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TBS 지원 조례가 이미 폐지돼 시로선 TBS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TBS를 지원할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TBS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는 민간 투자가 꼽힌다. 하지만 TBS는 민간투자를 받을 만한 곳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폐업을 약 33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여태까지 찾지 못한 민간 투자자를 구할 가능성은 '기적'에 가깝다고 전해진다.
TBS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출연기관 지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출연기관 지위 해제 없이는 TBS 매각도 불가능하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가 TBS의 출연기관 해제 절차를 추진했으나 행정안전부가 오히려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TBS 지원에 관한 조례가 폐지되면서 TBS의 출연기관 해제는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TBS의 민간투자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출연기관 지위를 해제하기는 어렵다. TBS와 서울시의 민간투자 논의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 경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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