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회담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오는 2일 국회 개원식은 끝내 불참키로 했다. 야권의 입법독주와 정치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이 정리돼야만 윤 대통령이 국회로 향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여야 대표 회담을 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누차 밝혔듯 이번 대표회담이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양당 대표가 국민 앞에서 약속한 민생정치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에 대한 ‘민생패스트트랙 국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대화 재개에 적극 환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2일 예정된 22대 국회 개원식에 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여야 대표 회담으로 국회 정상화의 첫발을 떼긴 했지만, 아직 완료되진 않았다는 인식에서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살인자 망언을 서슴지 않고 사과도 없다”며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시키고 (윤 대통령을) 초대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대통령을 불러다 피켓 시위를 하고 망신주기를 할 것이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연 참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우선 살인자 망언 언급은 전 의원을 지칭한 것이다. 전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 간부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종결이 원인이라며 윤 대통령 부부를 “살인자”라고 힐난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에 전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만 나왔다.
피켓을 거론한 건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일부 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면서 비난 발언을 하거나 항의 피켓을 들어 보인 바 있어서다.
이밖에도 야당의 정치공세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내놨다. 거기다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의 입법독주가 이어지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여러 차례 행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애초 22대 국회 개원식은 지난 7월 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야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도 개원식 불참을 요청했다. 이후에도 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여는 등 날을 세워 개원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 정상화를 강조했던 것도 이런 정국경색 속에선 국회와 소통하기 쉽지 않다는 토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 관련 질문에 “지금 국회 상황은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다. 일단 여야 간에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해 국회가 본연의 일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를 바라볼 때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한 바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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