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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파이 아냐?’ 의심받던 벨루가, 노르웨이서 사체로 발견

‘러시아 스파이 아냐?’ 의심받던 벨루가, 노르웨이서 사체로 발견
발견당시 벨루가의 모습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파이낸셜뉴스] 5년 전 수상한 장비를 부착한 채로 북유럽 바다에 나타나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흰돌고래(벨루가)가 노르웨이 바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발디미르'라는 별명으로 불린 흰돌고래의 사체가 노르웨이 남서쪽 리사비카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발디미르를 모니터링해 온 단체 '마린 마인드'의 창립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발디미르가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한 지 하루 남짓 만에 움직임 없이 물에 떠 있는 것을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흰돌고래의 수명은 40∼60년으로, 발디미르는 14∼15세에 몸길이는 4.2m, 무게는 1225㎏으로 추정됐다. 스트란드는 초기 검안에서 눈에 띄는 부상은 없었다면서 부검을 통해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디미르는 2019년 봄에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액션캠을 끼울 수 있는 홀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로 표시된 띠를 부착하고 있었기에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러시아는 1970년대 구소련 시절부터 이른바 '전투 돌고래 부대'를 운영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1990년대 들어 동물 학대 논란이 일면서 공식적으로는 종료됐으나, 비밀리에 계속 운영됐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발디미르와 관련해 그동안 러시아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노르웨이에서는 이 돌고래에게 노르웨이어 단어 '고래'(Hval)를 러시아식 이름으로 변형해 '발디미르'(Hvaldimir)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띠를 제거해줬다.


발디미르는 지난 5년간 노르웨이와 스웨덴 해안에서 자주 목격됐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고 수신호에 반응하는 등 사람 손을 탄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마린 마인드는 전했다.

마린 마인드는 페이스북에 낸 추모사에서 "지난 5년간 발디미르는 수만 명에게 감동을 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줬다"며 "발디미르는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