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아직 멀었다, "묻고 더블로"
친환경 난리더니...석유로 회귀
챗GPT가 그린 석유 채굴 현장 이미지. 챗GPT 제공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이 2030년까지 화석연료 개발에 당초 계획의 약 2배 수준인 3조6700억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원유 시황의 안정과 전기자동차(EV) 시장의 둔화로 화석연료 시장의 전망이 기존의 예상보다 낙관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재생에너지 아직 멀었다, "묻고 더블로"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석유자원개발(JAPEX)은 에너지 수요 변화에 맞춰 기존 계획을 재검토, 2030년까지 화석연료 개발로 4000억엔(약 3조67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는 앞서 2031년까지 2300억엔을 쓰겠다고 한 2022년 발표의 약 2배 수준이다.
JAPEX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셰일 오일을, 노르웨이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전을 채굴하고 있다.
JAPEX는 미국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1만5000배럴에 대해 지금까지는 채굴하는 비용에 기여하는 대가로 이익의 일부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셰일 오일의 광구 취득부터 채굴까지 전 과정에 수억달러를 지출할 방침이다.
노르웨이 북해에서는 7월 영국 롱보트에너지와 공동 출자하는 노르웨이의 석유·가스 개발회사의 출자 비율을 49.9%에서 100%로 높여 완전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 회사는 7건의 석유·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야마시타 미치로 JAPEX 사장은 "향후 5년 정도는 원유 가격이 현재 배럴당 약 80달러에서 오르내릴 것 같지 않다"며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재생에너지 개발 분야는 속도 조절에 나선다. JAPEX는 원래 재생에너지에 900억엔을 투자한다고 했으나 원자재값 급등과 경쟁 심화로 당분간 소규모 개발만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EV) 수요가 정체되고 있는 반면 가솔린 수요는 원유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JAPEX가 화석연료 투자로 전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산유국들이 감산에 협조했었기 때문이다. 산유국이 감산하면 원유 가격은 야마시타 사장의 말처럼 안정화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는 올해 연말까지였던 공동 감산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또 다시 이들이 감산 연장 합의를 깨뜨리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출렁이는 등 변수는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셸' 로고. 연합뉴스
친환경 난리더니...석유로 회귀
친환경 돌풍이 불었던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엑슨 모빌은 지난해 셰일 대기업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즈'를 약 595억달러(약 80조원)에 매수했다.
영국 '셸'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을 늘리고 2030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유지했다. 영국 'BP'는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을 2019년 수준에서 40% 줄이겠다던 기존 계획에서 2030년까지 25%로 수정했다.
최근 몇년간 유행처럼 번졌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도 한풀 꺾였다. 세계지속가능한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2022년 세계 ESG 투자액은 2020년 대비 14% 줄어든 30조3000억달러로 2012년 조사 개시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다만 장기적인 탈탄소은 흐름은 여전해 석유의 세계 수요는 2030년 이내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화석연료로 발판을 마련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포집·저장(CCS) 등 탈탄소 관련 투자를 투트랙으로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경제산업성은 홋카이도, 니가타현 등 3개 지역에서 '선진적 CCS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