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용훈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
파생 및 현물거래 준거금리, ‘KOFR’로 지각변동
신용위험 포함된 CD금리 퇴장 수순 예고
"글로벌 스탠다드 부합해야 시장 안정성 제고
‘CD-KOFR’ 관계식 정립해 과도기 넘길 것"
최용훈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이 2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시장 참가자들의 말을 들어보니까 ‘편한데 왜 바꾸냐’, ‘그냥 쓰고 있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리가(정책당국) 강하게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순간이다”
최용훈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사진)은 2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컨퍼런스의 의미는 시장참가자들이 CD금리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정책당국이 앞으로 가야할 ‘깃발’을 정확히 꽂았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KOFR은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담보로 하는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사용해 산출한 무위험지표금리다. CD금리가 한은 기준금리와 격차가 크고 발행되지 않는 날도 있어 전문가가 자의적으로 금리를 반영할 가능성이 큰 데 반해 KOFR는 금융시장 여건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한다. 한은은 지난달 28일에 컨퍼런스를 통해 행정지도, 인센티브 방안을 도입하는 등 지표금리 전환 속도전에 돌입할 것을 천명했다.
최 국장은 “CD금리는 실거래가 부진해 전문가의 ‘판단’에 의해 호가가 결정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지난 3월 발족한 워킹그룹을 통해 정책당국이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KOFR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표준과 맞지 않는 CD 대신 KOFR 적극 활용 추진
한은의 이번 KOFR 활성화 방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제기구의 권고, 글로벌 추세라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국내 관행을 바꿔야하냐는 지적 나온다. 외국인들에게 안방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두고 최 국장은 "은행의 신용위험이 커질 때(CD금리가 상승할 때) 개인이 부담하는 이자가 늘어나는 구조가 바람직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KOFR 도입이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질문에는 국내외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상품은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거래 관행의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가 저하되고 이에 따른 거래 위축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국장은 “특히 역외 거래량이 매우 많은 파생상품 거래의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CD금리가 계속 사용되고 있는 국내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역외거래량이 많은 파생상품 거래 등에서 기존에 문제가 있는 준거금리를 개선된 새로운 지표금리로 바꾸자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일방적인 혜택을 주는 의미로 해석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거래 안정성 제고 측면에서도 KOFR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짚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거래에 대한 담보 교환 및 중앙청산이 확대(거래상대방 신용위험 제거)됨에 따라 파생상품의 가치평가 시 무위험금리를 활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신용위험이 포함된 CD금리를 활용하고 있어 가치산정에 있어서도 구조적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CD금리를 활용해 파생상품의 가치를 산정할 경우 금융기관간 손익평가 왜곡, 청산 증거금의 과대, 과소 산출 등으로 금융상품 거래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금융상품 거래의 준거금리로서 KOFR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면 통화정책의 실물부문에 미치는 효과도 제고될 수 있다”며 “KOFR 산출의 기초자료가 되는 국채, 통안채 담보 익일물 거래 규모는 일평균 60조원 내외 규모”라고 말했다.
KOFR이 시장 상황을 적시에 반영하는 지표금리인 만큼 자칫 초단기 금리의 변동성을 너무 크게 반영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통상 단기자금시장 금리는 금융기관의 규제 비율 준수를 위해 분기말 등 특정시기에 일시적으로 금리가 급등락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은행의 지급준비금 상황을 반영하여 변동성이 증폭되기도 한다.
최 국장은 “한국은행도 금리의 급변동이 KOFR 파생상품의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출 등 다른 연계시장에서의 활용도를 고려할 때 잠재적으로 금융기관의 KOFR 활용에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KOFR 활용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RP 시장의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 사항으로서 익일물 RP금리의 변동성 완화 방안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KOFR 기반 거래가 확대되어 관련된 유동성이 풍부해질 경우 이러한 변동성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언젠가는 사라질 CD...“KOFR와의 교환관계 만들 것”
한은은 지난 2012년 은행들의 금리 담합사건 이후 리보금리가 폐지된 것과 달리 단기간에 CD금리는 사용을 강제로 중단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CD금리 연계 거래규모가 점차 축소돼 우리나라의 지표금리로서의 중요도가 크게 낮아지면 ‘금융거래지표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중요지표에서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최 국장은 “CD금리가 법상 중요지표로 지정된 배경에는 CD금리의 범용성과 이와 연계된 금융거래의 유동성이 있음으로 당분간 중요지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시장 관행의 변화와 지표금리 전환이 연착륙되어 CD금리가 시장의 선택을 받지 않게 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CD금리가 시장에서 퇴장하는 상황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CD금리에서 KOFR로의 지표금리 ‘전환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한은은 원활한 전환을 위해 둘 간의 관계식 정립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리보금리에서 RFR로 전환한 주요 선진국은 국제 스왑 파생상품 협회(ISDA)가 리보 중단에 대비해 제시한 리보 대체금리(Fallback rate)를 참조해 리보와 RFR간 베이시스 스왑 등을 실시했다. 이에 점진적으로 리보가 연계된 금융거래의 포지션이 줄어들었다.
최 국장은 “리보 대체금리는 일종의 ‘리보와 RFR간의 교환관계식’으로 기존의 리보 연계거래가 RFR 연계거래로 원활히 전환하는데 큰 기여를 한 바 있다”며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CD금리와 같은 기존 지표금리와 RFR를 병행 사용하는 경우 기존 지표금리의 대체금리를 RFR과의 교환관계식 형태로 마련하여 ISDA에 등록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사례와 시장참가자의 의견 등을 참고하여 앞으로 워킹그룹을 통해 추가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적으로 변동-고정금리 교환하는 OIS 시장 우선 조성
한은은 앞으로 발전시켜 나갈 KOFR 연계시장을 △OIS △선물 △변동금리부채권 △대출 등 크게 4가지로 선정했다. 이 중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OIS다. OIS는 Overnight Index Swap의 약자로 통상 말하는 Interest Rate Swap, 즉 IRS라고도 불리는 이자율스왑 거래의 종류 중 하나다. KOFR와 같은 익일물 변동금리를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고정금리와 교환하는 거래다.
다만 기존 IRS와 OIS 거래의 주요 차이점은 ‘변동금리의 기초만기가 3개월과 같은 기간물이냐, 익일물이냐’와 ‘변동금리 확정시점이 이자교환주기 사전이냐 사후냐’이다. 분기마다 이자를 교환하는 경우, CD-IRS 거래는 분기 초에 확정된 3개월 CD금리를 분기 말에 고정금리와 교환하는 거래인 반면, KOFR-OIS 거래는 분기 말에 분기 중 실현된 익일물 금리인 KOFR의 3개월간의 평균금리를 고정금리와 교환하는 거래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스왑금리의 수익률곡선, 즉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반영되느냐 반영되지 않는냐’에 차이가 있다. OIS의 경우 LIBOR-IRS와 달리 거래상대 은행의 신용 및 유동성 리스크가 배제된다.
한은이 OIS 시장 조성을 우선 추진하는 건 OIS 시장은 다른 RFR 연계 파생상품이나 현물시장을 촉진하는 기초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KOFR OIS의 수익률곡선이 실거래 기반으로 형성이 되면 파생상품의 가치평가에 할인금리로 활용할 수 있고, 대출시장 등의 기간물 금리를 생성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대출이나 채권 등 현물시장에서 파생되는 헤지 수요에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서도 우선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FSB 등 국제기구에서도 지표금리 개혁의 핵심이 파생거래의 준거금리를 RFR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으며 해외에서도 RFR이 활용되는 기본시장인 OIS 시장을 우선 육성했다. 이미 OIS 시장이 형성된 주요국들은 거래대상 익일물 변동금리를 RFR로 변경해 지표금리체제 전환이 빨리 이뤄졌다.
최 국장은 “예를 들어 미국은 EFFR, 유로지역은 EONIA 등 익일물 금리를 변동금리로 활용하는 OIS 시장이 이미 형성된 경우로 기존 익일물 변동금리를 RFR로 대체하는 것이 용이했다”며 “OIS 시장이 없었던 노르웨이의 경우 RFR을 익일물 변동금리로 활용하는 OIS 시장을 신규 조성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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