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한도가 꽉 찬 상황에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들었습니다. 은행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모두 차 있는 상태라 300만원짜리 소액대출을 받게 됐죠."
인천에 거주하는 30대 차주 A씨는 최근 광주은행에서 300만원짜리 비상금 대출을 받았다. 아내와 심사숙고 후 조금이라도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전방위적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A씨처럼 소액대출을 찾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연이은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 한 달간 대출금리를 20여차례 올려 보험사 등 2금융권보다 1금융권 금리가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정책까지 시행돼 향후 대출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출규제 정책에서 자유로운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로 대출수요가 대거 몰리는 상황이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통상 20대와 30대 초중반의 경우 아직 신용활동을 많이 하지 않은 세대라 부담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소액대출을 많이 찾는다. 30대 중후반이 넘어서면 대출한도가 이미 가득 찬 상태에서 추가 한도를 원해 소액대출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본지가 핀테크기업 핀다에 요청해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 앱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핀다에서 발생한 3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을 받은 차주 2명 가운데 1명은 2030 세대로 나타났다.
해당 소액대출 상품은 300만원 이하 금액에 해당하는 일반 대출과 중·저신용자들의 긴급생활안정자금 지원을 위한 비상금 대출, 법정최고금리(20%)에 가까운 고금리 급전대출 상품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핀다에서 소액대출을 받은 사용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31.0%로 가장 많았고 40대(30.2%)와 20대(19.8%), 50대(14.4%), 60대 이상(4.7%) 순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를 합한 청년층의 비중은 50.8%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20대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연령대별 비중이 유일하게 커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대의 소액대출 비중은 올해보다 2.1%p 낮은 17.8%였다. 20대는 전체 대출에서 소액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6.8%로 가장 높았다. 20대의 전체 대출 내 소액대출 비중은 26.8%로 나타났다. 60대 이상(25.7%), 30대(20.1%), 40대(19.6%), 50대(19.4%) 순으로 나타났다.
핀다 관계자는 "고물가, 취업난 속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급하게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저신용 차주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도록 주담대를 제외한 실수요자금 대출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수요자금 대출의 경우 DSR 산정을 제외하는 등 실질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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