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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기관 빚 사상 첫 700조, 미래세대에 폭탄될 것

방만경영 개혁 더뎌 4년 후 8백조
자구노력 강화, 경영효율 향상 시급

[fn사설] 공기관 빚 사상 첫 700조, 미래세대에 폭탄될 것
서울의 한국전력 영업지점. /사진=뉴스1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35개 공공기관의 부채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보다 38조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2일 공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향후에도 빚 감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 정책금융 부채가 계속 늘어 2028년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8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2028년까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부채가 75조7000억원, 금융분야 부채가 11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부채비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를 웃돈다.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으로 방만경영을 바로잡고 재무건전성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2026년 부채비율이 간신히 20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로 온 나라가 빚수렁에 빠졌는데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기관의 빚 팽창은 주인 없는 기업의 혁신과 구조조정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말해준다. 탈원전 정책 후유증이 큰 에너지 기업들의 정상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제때 올리지 못한 공공요금의 여파도 이들 기업 재무구조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한전은 누적된 부채가 200조원이 넘는다. 한 해 내는 이자만 5조원에 이른다. 한전은 지난 5년 중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영업손실을 봤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543%, 482%에 이른다.

무리한 정책사업, 방만한 경영은 매번 나오는 지적이다. 적자를 보면서도 고액연봉, 성과급 나눠먹기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여파도 여전하다. 문 정부 5년간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13만명이나 증가했다. 전임 박근혜 정부(6만5000명), 이명박 정부(1만4000여명) 기간 증가인원을 합친 수치보다 월등히 많다. 비대해진 공기관에 지출은 많고 구조조정은 쉽지 않았다.

정부는 빚 많은 14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2026년까지 32조원 규모의 재정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헐값 매각은 지양하되 비핵심자산 매각을 서두르고 경영 효율화, 수익성 확대 등을 통해 재정 건전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전화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이행실적과 개선도를 평가하겠다고 했다. 철저한 사후점검은 필수다. 뼈를 깎는 자구책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정부가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자제하고 유능한 인물을 선임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그대로 나랏빚이다. 공공기관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온다.
요금을 올리고 혈세를 부어 적자를 메워야 한다. 결국 미래 세대에게 폭탄을 떠넘기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공기업은 빚 청산에 전력을 쏟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