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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재정 어렵더라도 '꼼수 과세' 폐지는 가야할 길

53개 부담금 내년 2조 감면 기대
물이용부담금제도 개선 검토해야

[fn사설] 재정 어렵더라도 '꼼수 과세' 폐지는 가야할 길
국내 공항, 항만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징수하는 출국납부금 부담금이 1만원에서 7천원으로 인하된 지난 7월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력산업기반기금, 농지보전부담금 등 53개 부담금이 내년에 2조원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3일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부담금운용 종합계획서에 따르면 내년 53개 부담금 징수 규모는 23조1866억원이다. 올해 계획분보다 5.8% 감소한 것으로, 이대로 걷힌다면 2020년 이후 5년 만에 징수 규모가 줄어든다고 한다.

부담금은 1961년 개발시대 도입된 이후 통제 없이 징수돼 왔다. 특정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국민과 기업에 물리는 '그림자 세금'이었다. 규모는 급격히 늘어 2002년 7조원대에서 올해 24조원대로 3배 이상 불었다. 그동안 합리적인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매번 재검토 시늉만 내다 올 들어 전면 대수술을 선언하면서 내년 2조원 경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는 부담금을 추가로 가려내 민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부담금은 조세와 달리 납부저항과 국회 통제가 적어 사실상 꼼수증세로 활용된 측면이 많다. 세금이 덜 걷히면 정부와 정치권은 부담금 용도를 멋대로 변경해 쌈짓돈처럼 쓴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다는 취지로 관객에게 3%씩 물리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등은 부담금 부과 기본원칙에도 맞지 않았다. 정부도 이를 바로잡겠다며 관련 법률 개정안을 추진 중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지난 3월 대대적 재검토 계획을 밝히면서 폐지하거나 감면하겠다고 지목한 부담금은 32개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걷을 때 3.7%씩 추가 징수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정부는 부담금 요율을 내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1%p 인하할 계획인데, 이에 따른 감면금액이 50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농지보전부담금, 천연가스부과금에서 각각 4000억원, 2250억원가량이 감면된다. 반면 36개 부담금에선 1조원 가까이 징수액이 늘어난다. 정당한 부담인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첨단 기업들에 상당한 부담인 물이용부담금 개선도 필요하다. 정부는 1999년부터 산업용수를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 부담금을 징수하고 있다. 기업들은 수자원공사로부터 산업용수를 받을 때 원수 비용(인공처리 되기 전 물 비용)에 부담금을 더해 납부한다. 미국과 일본에선 첨단전략산업의 경우 물 이용 부담금이 없다.

세수 부족을 겪고 있는 정부는 부담금 감면으로 재정 운용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시대에 부합하는 방향의 준조세 개편은 가야 할 길이다.
그 대신 중요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정교하게 조율하는 일도 필요하다. 전력기금 감소로 송배전망 설치 등 전력인프라 구축 작업이 영향을 받아선 곤란하다. 꼼수과세는 막고 목적에 맞는 적정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야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