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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이지북 공개, 금리 결정 앞두고 경기 둔화 뚜렷

美 연준, 18일 금리 결정 앞두고 정기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 공개
전국 12개 지역 가운데 5곳에서 경제 활동 둔화...4곳은 보합
고용 및 임금 상승 압박 줄어들어...기업 구직도 3년 만에 최저 수준
노동시장 일정하게 둔화, 금리 인하 필요하지만 '빅컷' 까지는 과할 수도

美 베이지북 공개, 금리 결정 앞두고 경기 둔화 뚜렷
7월 25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내 오큘러스 쇼핑몰에서 쇼핑객들이 점포를 구경하고 있다.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달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미국 경제가 전보다 침체됐다는 공식 지표가 쏟아졌다. 지표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선 경제 활동 정체 및 감소, 고용 감소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은 9월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을 공개했다. 베이지북은 연준 산하 12개 연방은행이 관할하는 지역의 경기 판단을 담은 보고서로 1년에 8번 나오며 직전 보고서는 7월 17일에 발행됐다. 9월 보고서는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주도로 작성되었으며 지난달 26일까지 수집한 정보가 반영되었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12개 연방은행 가운데 9곳은 관내 경제 활동이 정체되었거나 감소되었다고 평가했다. 직전 보고서에서 같은 평가를 내린 연방은행은 5곳이었다. 9개 은행 가운데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리치몬드, 애틀랜타,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관할 지역의 경제 활동은 이전보다 침체되었으며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경기는 이전과 같았다. 나머지 댈러스, 시카고, 보스턴을 포함한 3개 연방은행 관할 지역의 경제 활동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지역별 고용 수준은 5개 지역에서 소폭 증가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근무시간 및 교대 근무를 줄이거나 감원을 통해 전체 고용 수준을 낮췄다고 보고했다. 연준은 고용주들이 수요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한 경제 전망으로 채용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인력을 확충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준은 고용시장의 구인 경쟁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의 임금 및 급여 인상 부담도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임금 상승은 완만했으며, 비노동 투입 비용과 판매 가격 상승폭은 미미하거나 보통 수준이었다.

美 베이지북 공개, 금리 결정 앞두고 경기 둔화 뚜렷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23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의 컨퍼런스 행사장 밖에서 산책하고 있다.AP연합뉴스

물가는 전반적으로 소폭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식품, 목재, 콘크리트에 대한 비용 압박이 완화됐다고 보고했다. 제조업 활동과 주택 판매는 대부분 지역에서 약세를 보였다. 상업용 건설과 부동산 활동의 경우 3곳에서 향후 안정 및 개선을 기대했으며 다른 3곳에서는 일부 위축을 예상했다.

이번 보고서는 연준의 오는 18일 기준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미 지난달 연설에서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5.25~5.5%)인 현재 금리를 곧 내린다고 예고했다.

베이지북 공개 당일 미국 노동부도 고용 통계를 내놨다. 노동부는 4일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7월 구인 건수가 767만건으로 전월(790만건) 대비 23만건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810만건)를 밑도는 수준이다. 미 노동부는 7월 구인 건수가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용 감소 소식은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을 줄일 수도 있다.
그동안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던 연준은 최근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노동 시장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연준은 금리를 내릴 경우 경기 부양 효과로 구인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임금이 오르면서 물가가 따라 오른다고 걱정했으나 7월 JOLTS 지표에서 노동 수요 감소를 확인했다. 이에 현지 매체들은 미국 노동시장이 붕괴보다는 질서정연한 둔화세를 보인다며 연준이 굳이 금리를 0.5%p씩 내리는 ‘빅컷’으로 경기를 급하게 부양할 이유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