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서방 국가들, 서로 간첩 활동 적발하며 비난전
뉴욕 주지사 사무실의 전 부비서실장 린다 선(오른쪽)이 '중국 정부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미 수사당국에 체포된 뒤 지난 3일 브루클린의 연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욕 현지언론들은 린다 선이 중국 공산당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중국의 은밀한 영향력 행사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미남·미녀 외국인 스파이를 조심하라'.
중국 공안 당국이 잘 생기고 예쁜 미남·미녀 외국인 스파인 경계령을 내렸다.
4일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을 통해 이날 민감한 과학기술 연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젊은 학생 등을 대상으로 '잘생긴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가 외국 세력의 간첩일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국가안전부는 "외국 간첩들은 무수한 위장술을 지녔고 심지어 성별마저 바꿀 수 있다"면서 14억 중국 시민이 국가에 대한 위협에 맞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용 광고와 온라인 만남, '로맨스 함정' 등을 활용해 민감 과학 연구 자료 요구
이어 외국 정보기관들이 중국 학생들을 유혹하기 위해 '로맨스 함정'을 이용한다면서 "외국 간첩들은 채용 광고와 심지어 온라인 만남을 활용해 민감한 과학 연구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젊은 학생들을 꾀어 기밀 정보를 넘기도록 강요한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들은 '잘생긴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로 위장해 젊은 학생들을 '로맨스 함정'에 빠트릴 수 있다"면서 간첩들이 대학 학자, 과학 연구원이나 컨설턴트로 위장해 돈에 쪼들린 학생들을 표적으로 삼아 침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가 이러한 간첩 전술을 전개하고 있는지 나라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경고는 중국과 서방 국가들이 상대방의 간첩 활동을 적발하며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유럽 각국의 중국 스파이 경계령 강화 속에 '맞대응 조치' 해석도
앞서 지난달 중국 국가안전부는 외국 간첩을 '양의 탈을 쓴 늑대'라며 "선한 사마리아인인 척하는 그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중국 중앙국가기관 공무원 부부를 포섭한 중대 간첩 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각국이 중국이 자국 비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심어놓은 스파이를 잇달아 적발했다고 발표하며 중국 스파이 경계령을 강화하는 데 대한 '맞불성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5월 독일 연방검찰은 유럽의회 의원 보좌관의 중국 스파이 혐의와 관련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크라 의원의 보좌관 지안 궈는 유럽의회 내부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넘기고 독일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한 혐의로 지난 4월 체포됐다.
유럽과 중국, 구체적인 간첩 사건 들춰내며 폭로전
지난 3일에는 미국 뉴욕주 주지사의 전 비서실 차장이 '중국 정부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다.
AFP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하고 권위적인 중국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 치하에서 중국은 외세가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 한다는 경고를 강화해왔다"면서 "중국과 서방 강대국들은 오랫동안 상대방의 간첩 활동을 비난해왔지만, 최근 들어서야 개별 간첩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시작했다"라고 짚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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