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강제징용 한국인 7000명 송환 결정
이들 태운 우키시마호 침몰, 5000명 사망
침몰 79년 만에 승선자 명부 19건 받아내
日조사 마치는 대로 명부 추가 제공 예정
진상 파악과 좌절된 위로금 지급 재심의 활용
퇴임 앞두고 방한하는 기시다 '선물' 관측
사도광산發 논란 잠재우기 일환이란 분석
우키시마호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945년 8월 24일 일제 패망에 따라 송환이 결정된 강제징용 한국인 노동자 7000여명을 태운 일본 해군 군함 우키시마호가 침몰했다. 최소 5000여명의 한국인이 사망했다는 증언이 나왔음에도 제대로 진상규명도 하지 못한 사건이다. 그러다 5일 일본 정부가 승선자 명단 일부를 전달했다. 79년 만에 처음 명단을 확인한 것이다.
침몰 79년 만에 쥔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19건..진상규명 첫발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오후 주일본한국대사관에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일부를 제공했다. 일본 정부의 내부조사를 마친 19건이다. 향후 추가 명부들도 내부조사를 마치는 대로 제공키로 했다.
명부는 우키시마호 사건 진상을 파악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활용된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근거자료가 부족해 기각·각하된 우키시마호 침몰 희생자 유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을 재심의하는 데에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그간 약 17년 동안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단 입수를 비롯해 진상 파악과 피해자 구제를 위해 일본 측과 협상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해오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이번 명부 수령 결과를 맞게 됐다는 게 외교부의 전언이다.
명부 공개가 시작되면서 우키시마호 사건 진상을 둘러싼 희생자 유족과 일본 정부 간의 간극도 좁혀질지 주목된다. 유족은 한국의 보복이 두려워 자폭한 것으로 최소 5000명의 한국인이 사망했다는 주장이고, 반면 일본 정부는 우연히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한 것이고 승선자 3700여명 중 한국인 희생자는 524명뿐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우키시마호 폭침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퇴임 앞두고 방한 기시다, 강제동원 논란 잠재우기?
한편 이번 명부 전달 시점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7일 한국을 방문하기 전날이라 정무적인 판단이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퇴임을 한 달여 앞둔 기시다 총리이기에 다소 부담 없이 과거사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현재 사도광산 세계문화 등재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 과거사에 대해 직접 사과성 발언을 내놔 논란을 일단락 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단 공개도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다만 외교부는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단 전달은 기시다 총리 방한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일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 협상의 결과로, 공교롭게 시기만 겹쳤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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