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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인데 왜 무죄일까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했더라도 범죄 행위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일당의 지시를 받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2년 7월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속은 피해자로부터 950만원을 받아오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억여원을 편취하는데 동원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사기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로,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극심하다"며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현금 수거 및 전달책으로 가담했고 편취 금액도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범죄라는 것을 인식했는지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범죄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을 뒤집었다.

△당초 A씨가 포장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점 △사건 당시 만 18세의 미성년자로, 본인의 일을 단순 사무보조 업무로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피고인이 지급받은 대가가 크지 않은 점 △사기 범죄의 가능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백의 신빙성, 미필적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