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만 하더니 정부 비난 저의 뭔가
남 탓만 말고 해결 위한 행동 보여야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대통령실이 추석 연휴 병원 응급의료 현장에 비서관급 참모진을 파견해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한다. 오는 11~25일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에 일대일 전담 책임관을 지정하고, 250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위험 응급실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밤 경기도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응급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여러 방침에도 추석 연휴 응급의료 공백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미 종합병원 응급실이 제한적으로 가동되고 후속진료가 불가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환자들로선 응급실 이용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응급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나오고 있어 정부의 의료개혁에 여론이 썩 우호적이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응급의료 차질에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야당은 이를 빌미 삼아 얼씨구나 하면서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의료체계가 무너졌다, 마비됐다"는 식으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의사집단도 "의료비 부담이 더 늘어나는데 의료체계는 더 못해질 것"이라고 거들고 있다.
추석 연휴 응급의료 차질 여부가 앞으로 전개될 의정갈등에 분수령이 될 것이다. 별문제 없이 순조롭게 대응한다면 의료개혁 동력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야당과 의료계는 비난과 반발 수위를 더 높일 게 확실하다. 같은 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대 증원 등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정부를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휴를 앞두고 민생을 챙기는 자리에서까지 '응급의료 불안'을 들먹인다면 응급실 방문 목적이 대체 뭔가. 이제껏 멀찍이서 구경만 하더니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저의 또한 의심스럽다. 응급사태가 의대 증원 때문인지, 고질적인 응급의학 전문의 부족 문제인지 따질 거면 진작에 했어야 했다. 정부든 국회든 책임이 없지 않다. 정쟁거리로 삼아서도, 편가르기 식 싸움을 할 때도 아니다. 책임 있는 자들이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의료개혁에 묵묵히 인내하는 국민들을 더 짜증스럽게 하는 것이다.
남 탓 않고 각자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면 된다. 정부는 약속한 대로 가용자원을 동원, 응급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응급·필수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제도화해 마음껏 의술을 펼치도록 해줘야 한다. 일부 의사집단은 댓글이나 물밑 여론전으로 불안을 자극하고 조장하는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
야당은 대안 없는 비난을 멈추고 내후년 의대 증원부터 지역·필수·공공의료 복원에 대한 창의적·근본적 대안을 제시하라. 여야가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비상협의체나 의사가 참여한 구속력 있는 대화체를 만드는 것부터 당장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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