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한 현장으로 정부 군의관 파견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군의관들 근무 부적합하다 판단
정부 "응급실 운영 어려움 있으나 붕괴는 아냐"
의사 부족에 따른 응급실 의료대란에 정부가 군의관을 파견하기로 한 4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응급실 운영 차질에 대비해 군의관을 현장으로 파견했지만 정작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파행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3명의 군의관이 파견된 이대목동병원은 군의관들과 면담 끝에 응급실 근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복귀를 요청했다. 세종충남대병원 역시 당장 군의관들이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현장에서는 군의관들을 당장 응급실에서 활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인데, 정부는 기존에 파견한 15명 외에 9일부터 235명을 추가로 파견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장 실태를 파악하고 국방부 등과 협의해 문제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이대목동병원에 배정된 군의관 3명은 현장을 방문해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협의하다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파견 군의관들과 병원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협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배 국장은 "군의관 중에서도 응급의학 전문의가 많지 않은 데다 응급실 근무를 어려워한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군의관들이 최대한 현장에 도움 되게끔 참여를 설득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일부 병원에서 파견 군의관의 업무 범위에 관해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 불미스러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복지부와 국방부, 병원 등 3자가 논의해 이런 문제들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않는 미수용 사례를 방지하고자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전담책임관을 지정해 '일대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전국 409개 응급실 중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곳에는 복지부가 전담관을 지정해 문제가 발생하면 인력을 지원하는 등 즉시 대응하고, 나머지 응급실 384곳에는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전담책임관을 지정한다.
지자체들은 이날부터 25일까지 3주간 지자체장이 반장을 맡는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다.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응급의료 상황 관리, 응급의료체계 점검 계획을 세우고. 특이상황이 발생하면 복지부와 행안부에 즉시 공유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도 응급실이 붕괴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응급실 붕괴나 마비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은 현재 따로 없지만, 붕괴라는 건 의료 서비스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태로 생각한다"며 "응급실 운영에 일부 어려움은 있으나, 의료 붕괴 또는 마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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