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동부 쿠르스크 지역을 급습한 것이 이번 전쟁에 대한 러시아 지도부의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달 28일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포사격을 준비하고 있다. 타스 연합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한 것이 러시아 엘리트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밝혔다.
빌 번스 CIA 국장은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파이낸셜타임스(FT) 행사에서 영국 첩보기관인 MI6 리처드 무어 국장과 대담 과정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러 지도부 흔들려
번스는 우크라이나가 북동부를 맞대고 있는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를 공격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 지도부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쿠르스크 공격은 '엄청난 전술적 성과'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한편 러시아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번스 국장은 이어 쿠르스크 공세가 "러시아 엘리트 사이에 이번 전쟁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MI6의 무어 국장도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격은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무어는 쿠르스크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전형적인 대담하고, 과감한 행태"라면서 "게임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한 수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오래 이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가능할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양국 정보기관 수장이 공개 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두 기관이 정보 공유 협정을 맺은 77년 만에 처음이다.
푸틴, 권력 약화 조짐 없어
번스와 무어 모두 푸틴 대통령의 권력 기반이 약화되는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무어는 "권력을 꼭 쥐고 있는 것과 안정적으로 쥐고 있는 것을 헷갈려서는 안 된다"면서 푸틴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도부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어도 불신의 씨앗을 이들 마음에 심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 보통 사람들의 집으로 끌어들였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권력이 여전히 탄탄하지만 뿌리부터 서서히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번스와 무어는 푸틴의 핵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서방이 불필요하게 이 위협에 위축될 필요 역시 없다고 지적했다.
번스는 푸틴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방을 무력으로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자 휴전 협상, 남은 10%가 험로
번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휴전 협상 중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번스는 양측 휴전 협상이 90%는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번스는 그러나 10%만 남았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면서 언제든 이런 협상에서는 남은 10%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가 이제 충분하다는 점을 깨닫고 서로 어려운 선택, 또 힘든 타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가 휴전 협상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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