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기업 100곳 조사 결과
10곳 중 4곳은 "잘 몰라서 그랬다"
환경부, 공정위 지침도 규제 위주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기업이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그린워싱'에 적발된 기업 절반은 의도적이 아니라 '잘 몰라서' 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는 환경부 고시와 공정거래위원회 지침이 마련돼있지만, '둘 다 잘 모른다'는 기업이 절반이 넘었다. 유럽연합(EU)의 친환경 표시 지침이 내년 9월부터 발효되는 등 최근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과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잘 몰랐다"고 응답한 기업이 45.0%를 차지했다고 8일 밝혔다. "매우 잘 안다"는 답변은 10%에 그쳤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에 세탁(White Washing)이 결합된 단어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 경영활동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표현하는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의를 뜻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2021년 272건에서 지난해 4940건으로 18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그린워싱 대응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담부서와 인력을 두고 있지 않은 기업이 61.0%에 달했다.
이는 기업들의 그린워시에 대한 인지도와 인식 수준이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그린워싱에 관한 규정으로는 환경부의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이 있다. 이 규정들에 대해 "둘 다 모른다"는 응답이 57.0%로 가장 높게 나왔다. 두 규정에 대해 기업 90.0%는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답하며, 중복 규정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한 제조기업은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며 '탄소중립'으로 표현했는데, 환경단체가 그린워싱으로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제조기업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탄소저감강재로 홍보할 수 있다고 인증받았다"라고 주장했지만, 환경부는 '소비자의 오인을 불러일으 킬 수 있다'는 이유로 광고 삭제와 정정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그린워싱에 대응하기 위한 향후 조치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41.0%는 "별도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전담 조직 또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답한 곳은 16.0%에 그쳤다.
기업 10곳 중 6곳은 "그린워싱 상세 가이드라인과 지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판별할 검증체계가 부재하다"는 답변도 46.0%에 달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외에서 강화되고 있는 그린워싱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및 산업 전반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단속과 처벌보다는 지침과 가이드라인의 대외 홍보를 강화해 기업이 알기 쉽게 상세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고, 기업들은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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