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준 유지 27학년부터 논의"
의사단체 주장에 정부 수용 거부
9일부터 의대 수시 일정 시작
대통령실도 재논의 없다는 입장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부터 난항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의료계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의료계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에 의료계는 '의대정원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 뒤 2027년 의대 증원부터 논의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아서다. 결국 '2025년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 해결 없인 의정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 '여야의정' 풀지 '주목'
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가 의대 증원 문제의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할 경우 재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과정에서도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2000명 증원에 구애되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무조정실은 정부가 2026년도 의대 증원을 의료계와 풀 수 있다는 것이 증원 결정을 유예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의대 증원을 하지만 의료계가 의사정책 과정에 참여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주장을 한다면 정책 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증원 문제를 풀자고 한 것에 정부도 긍정적 평가를 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협의체를 즉시 가동하자고 한 상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재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도 논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추석 전 협의체를 구성, 의정갈등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계속 의료계 참여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안 되면 여야정으로 출발부터 해야 할 듯하다"면서 "의료계에서 자신들이 합리적 근거로 추산한 어떠한 안이든 들고 오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는 제안에 나섰다.
의협 관계자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구성되면 적절한 의대 증원 숫자가 얼마인지를 논의하게 될 텐데, 논의 결과가 (입시에) 반영되려면 2025년과 2026년 의대 증원은 일단 없던 일로 하고 최소 2027년 정원부터 논의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전공의 타협 가능성 사실상 '제로'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다. 이번 의정갈등 상황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정책을 가장 완강하게 반대하는 세력이다.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나고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며 2025년도 의대 증원 자체를 전면 백지화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년 넘게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법적 조치를 중단하고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하는 등 각종 유화책을 펴면서 복귀를 유도했지만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한 전공의는 1%대에 그친 바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정책 폐기가 아니라면 전공의들을 달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선배 격인 의협이 범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지난 6월 출범시켰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정책 폐기 외에 정부와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외면으로 올특위는 약 1개월 만에 해체 수순을 밟았다.
반면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별로 의대정원이 배정됐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이 이제 2개월 조금 더 남은 상황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재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9일부터는 수시 원서접수 일정이 시작될 예정인데, 정부는 수시일정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미 2025학년도 대입 절차는 상당히 진행됐고, 따라서 모집인원을 바꾸거나 수시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입장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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