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위기의 권역응급센터
응급실 축소 운영에 위기감 고조
환영 못 받는 정부 파견 군의관
"타과 중증환자 진료 비현실적"
인턴 업무 맡거나 근무지로 복귀
의정갈등 여파로 응급실 축소 운영을 선택한 서울 서남권의 응급권역센터 이대목동병원의 실내 공기는 '불안'과 '불만'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환자들은 자칫 진료를 받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군의관 등 병원 인력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안타까움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추석은 더 걱정된다.
지난 6일 찾아간 이대목동병원 건물에는 '주 1회 성인 진료 중단'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가뜩이나 환자는 많고 의료진은 부족한데 이마저도 더욱 축소하겠다는 의미다.
안내문 앞에서 만난 환자들 역시 불안하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승혜씨(38)는 한 달 전 시아버지가 갑자기 뇌졸중 증상을 보이면서 진료를 받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박씨에 따르면 그는 시아버지와 서울 목동에 살고 있었으나 당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서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박씨는 "지금은 지인을 통해 이대목동병원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입원했지만 그때 너무 애타고 막막했다.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걱정, 염려에 화까지 났다"고 토로했다.
의정갈등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입원환자의 보호자인 문현순씨(65)는 "의사들도 응급실에서 협업할 일이 많을 텐데 갑자기 온 군의관으론 충원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30분까지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소아 응급환자도 자정까지만 받는다.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는 응급의학과 1명, 소아과 1명, 내과 1명 등 군의관 3명을 파견했으나 이들도 돌려보내졌다.
하지만 군의관들도 정부 대책이 반갑지만은 않다. 군의관이라도 응급실 대처는 다른 분야이며, 병원에서도 군의관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었다.
군의관 A씨(34)는 "군의관이라도 다른 과의 내용은 알 수도 없어 타과 응급 중증환자들을 절대 볼 수가 없다"면서 "병원에서 인턴들이 할 만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지원으로 추석 의료공백 우려를 차단할 방침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 "추석 연휴기간 전문의·간호사 총 400명 신규 채용을 목표로 37억원가량의 재정지원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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