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자 고 김동희 군의 어머니 김소희 씨.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의료 현장에서 응급실 의사 부족 등으로 인한 '뺑뺑이 사망'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의료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환자샤우팅카페'를 열었다. 환자샤우팅카페는 의료사고를 겪은 환자와 가족들이 억울함과 울분을 발언하고 전문가와 함께 의료사고 해결책을 토의하는 행사다. 2012년 환자에게 주사를 놓기 전 환자 인적 사항을 물어보는 '종현이법'의 당사자인 고(故) 정종현(당시 만 9세) 군 가족이 1회 행사 발언자로 참석한 후 지금까지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제24회 환자샤우팅카페에서는 고 김동희(당시 만 4세) 군의 어머니 김소희 씨가 아들이 겪은 의료사고와 병원의 부당한 대처에 대해 발언했다. 고 김동희 군은 지난 2019년 10월 양산의 한 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해 이듬해 3월 사망했다.
어머니 김 씨는 "당시 아들을 수술한 집도의는 수술 과실이 있었음에도 은폐하고 아들을 퇴원시켰다"며 "수술 이후 아들의 후유증이 심해져 피를 토하는 초중증 상황을 겪었지만 인근 대학병원에서는 수용을 거부해 20㎞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 군은 퇴원 전 심한 통증과 탈수 증세를 보였다. 부모는 김 군의 정확한 상태와 응급상황 대처법 등을 전달받지 못했다. 당직 의사였던 B씨가 대학 후배인 다른 병원 의사 C씨에게 당직을 맡기고 무단으로 병원을 이탈했기 때문이다. 퇴원 후 상태가 악화된 김 군은 인근 대학병원에서 심폐 소생 중인 다른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 당했다. 결국 김 군은 다른 병원을 알아보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20km 떨어진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연명치료 중 사망했다. 2020년 3월 11일, 5살의 나이였다. 검찰 수사 결과 응급 심폐소생술 환자는 이미 2시간 전 응급실에서 퇴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5월 김군의 편도절제술을 집도한 의사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고 김 군의 어머니 김소희 씨는 "병원 측의 진정한 사과와 위로의 말이 한마디라도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위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은 중상해를 입거나 가족을 잃었지만 가해자로부터 사과나 위로를 받지 못하고 수년에 걸친 소송 기간 (의료사고) 입증의 어려움과 고액의 소송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환자 이송 거부를 방지하는 응급의료법 제28조의2(일명 동희법) 시행을 촉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의료파업으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법이 한시라도 빨리 시행돼 고 김동희 군처럼 응급 이송이 거부당하는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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