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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사재기하더니… 배터리 재료 절반이 '중국산'

中 니켈·코발트 세계 물량 장악
공급망 싹쓸이 뒤엔 정부 지원

지난 2000년대 초부터 해외 광산을 사들였던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에 반드시 필요한 니켈과 코발트 공급을 사실상 장악했다는 집계가 나왔다. 중국 기업들은 투자 초반만 하더라도 제련기술이 부족했으나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끝없이 돈을 쏟아 부운 덕분에 서방 기업들을 시장에서 몰아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영국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를 인용해 올해 세계 니켈 공급 가운데 중국에서 제련했거나 중국 자본이 지배 주주인 기업에서 제련한 물량이 전체 58%라고 전했다. 해당 비율은 2015년 34%에 불과했다. 같은 기준으로 측정한 세계 코발트 공급 가운데 중국 비중 역시 2015년 55%에서 올해 75%로 증가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세계 니켈 생산의 48.6%는 인도네시아에서 나왔다. 코발트의 경우 2023년 기준 전 세계 공급량의 75%가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생산됐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는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 등급에 해당하는 니켈 생산량 가운데 80~82%가 중국 자본이 지배하는 기업에서 나온다고 추정했다. 호주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지난 2일 보도에서 DRC의 코발트 광산 가운데 72%를 중국 자본이 통제한다고 전했다.

WSJ는 중국이 배터리 핵심 소재를 장악한 배경에 국가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인도네시아에 매장된 니켈의 품질이 낮아 배터리에 쓸 만큼 순도를 높이려면 고압산침출(HPAL) 공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제련 공정은 고온 및 고압이 필요해 장비 손상이 잦은 데다 처리하기 어려운 산성 폐기물을 쏟아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이미 2000년도 초에 3개 호주 기업들이 HPAL 공정 개발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으나 결국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개발을 포기했다.

반면 중국 최대 금속 기업이자 국영기업인 오광그룹 산하 중국은비공정기술유한공사(ENFI)는 2012년 파푸아뉴기니의 제련소에서 HPAL 기술로 생산에 도전했으며 이듬해 약 40%의 가동률을 달성했다.


WSJ는 호주와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브라질, 미국의 니켈 및 코발트 광산들이 중국 기업들의 광물 때문에 문을 닫았다고 지적했다. 호주 광산기업 BHP는 7월 발표에서 서호주 니켈 채굴을 중단한다며 니켈 공급 과잉을 우려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프랑스 광산기업 에라메는 2020년 합작을 통해 인도네시아 동부에 HPAL 제련 시설을 짓기로 계획했으나 지난 6월에 공급 과잉 및 환경 단체 반발을 감안해 사업을 취소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