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일랜드가 애플의 패소로 순식간에 130억유로(약 19조원) 돈방석에 앉게 됐다. 이미 엄청난 재정흑자 상태인 아일랜드 정부는 이 막대한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AFP 연합
애플이 유럽연합(EU)의 과징금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패하면서 아일랜드가 130억유로(약 19조원) 규모의 막대한 추가 세수를 확보하게 됐다.
엄청난 재원이 마련됐지만 정작 아일랜드 정부는 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정하지 못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이날 유럽연합(EU) 최고 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0년에 걸친 법정 공방을 끝내고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지나치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았다고 결론냈다.
아일랜드는 자국 주요 납세자 가운데 한 곳인 애플로부터 밀린 세금 130억유로를 받아야 한다.
애플은 최종 판결을 앞두고 140억유로 가까운 돈을 예치한 상태라 이 돈은 언제든 빼낼 수 있다. 원금 130억유로에 이자 등이 더해진 액수를 아일랜드 정부가 받게 될 전망이다.
아일랜드가 낮은 세율로 애플 유럽 본사를 유치했지만 EU 집행위원회가 이는 부당하다며 과징금을 물렸고, 이에 애플이 불복해 낸 소송에서 패함에 따라 이제 아일랜드가 이 세금을 다 받아내야 한다.
막상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게 됐지만 아일랜드 정부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애플이 밀린 세금을 다 내고, 이후에도 이전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지 못하면 언제든 아일랜드를 뜰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떠날 수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돈의 용처를 둘러싼 불협화음도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 역시 고민거리다.
정부는 심각한 주택난, 에너지, 급수, 인프라 부족 문제를 이 돈으로 해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130억유로 '횡재'는 아일랜드 경제 과열 우려도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행복한 고민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애플 판결 이전 이미 올해 86억유로 재정흑자가 예상된 상태였다.
대형 글로벌 기술 업체들과 제약사들이 유럽 본사를 세율이 낮았던 아일랜드에 설치하면서 이들이 막대한 법인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이미 막대한 재정흑자를 바탕으로 1000억유로가 넘는 덩치 큰 국부펀드 2개를 세웠다. 이 국부펀드는 연금, 기후, 인프라 등의 문제에 대응하게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