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 후보)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후보)의 첫 TV토론에서는 한 치의 양보 없는 난타전이 100분가량 이어졌다. 10일(현지시간) 열린 TV토론은 지난 6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여했던 토론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당시엔 '트럼프 압승'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지만, 이날 토론에선 주로 해리스가 '창', 트럼프가 '방패'였다.
특히 대선후보로서 TV토론 데뷔전이었던 해리스 부통령의 여유로움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TV토론 베테랑인 트럼프의 기세에 밀리거나 당황하지 않고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으며, 트럼프의 발언 도중에는 다양한 표정으로 대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토론 초반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했던 트럼프는 토론 중반에 여러 번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서로 질문할 수 없고 질문 권한을 진행자만 가진 채로 진행됐다. 질문에는 2분씩 답변할 수 있고, 발언 순서가 아니면 마이크가 꺼졌다.
해리스는 그 대신 표정으로 트럼프 발언에 즉각 개입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발언 중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수차례 지었고, 또 고개를 가로저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트럼프의 "마르크스주의자(Marxist)"라는 공격에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표현했다.
해리스의 "전 세계가 트럼프가 대선후보라는 걸 비웃는다" 등 자극적인 발언에 트럼프의 흥분된 모습도 몇 차례 나왔다. 토론 중반 트럼프의 발언 도중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계속 반박 발언을 하는 해리스를 향해 "내가 지금 말하는 중"이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트럼프와 ABC방송의 악연은 이날도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ABC방송이 이번에 실시간 팩트체크를 도입하면서 민주당이 신생아를 '처형(execution)'하는 것을 지지한다거나 바이든 정부에서 범죄율이 급증했다는 등 트럼프의 발언에 즉각 사실과 다르다고 개입하자 트럼프가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을 악수로 시작했던 트럼프와 해리스는 100분가량의 치열한 공방을 마친 후엔 악수 없이 헤어졌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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