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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상원, 판사 직선제 가결

[파이낸셜뉴스]
멕시코 상원, 판사 직선제 가결
멕시코 상원 의원들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상원 회의실에서 판사 직선제 법안을 가결한 뒤 환호하고 있다. AFP 연합


멕시코 상원이 11일(현지시간) 모든 판사들을 시민들이 직접 뽑는 판사 직선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멕시코 상원은 이날 오전 86-41로 법안을 가결했다. 통과에 필요한 3분의2를 넘었다.

멕시코 최대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반대 속에 멕시코 페소화 가치 약세 배경이었던 판사 직선제 법안이 마침내 통과됐다.

멕시코 집권 여당은 부패한 사법계를 바꾸려면 판사들도 시민들이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날 상원 통과로 사실상 판사 직선제가 실현됐다.

상원은 일부 조항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한 뒤 법안을 최종 가결할 전망이다.

이 법안이 실시되면 멕시코 각 주와 연방판사 약 7000명이 해고된다. 대법관도 모두 물갈이된다.

내년에 판사 절반을, 그리고 2027년에 나머지 절반을 시민들의 선거로 뽑는다.

판사 직선제는 좌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집권 여당인 모레나의 장악력을 높이는 한편 멕시코 정치 시스템 개편을 노린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대규모 소요 사태도 일어났다.

야당인 전국행동당(PAN)의 리카르도 아나야 상원의원은 상원 회의장에서 "이번 법안 가결은 권력 분립을 끝장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아는 공화정의 종말이자 독재 체제의 출범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당 외곽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개혁안은 투자자들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지난 6월 대선에서 승리해 다음 달 1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집권 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당선인 역시 개혁안을 지지하고 있어 멕시코가 대대적인 변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시장 속성으로 인해 멕시코 페소 가치는 이날 미국 달러화에 대해 1.3% 하락해 달러당 19.83페소를 기록했다.

멕시코 페소는 올해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저조한 흐름을 보이는 통화다. 6월 2일 대선 이후 달러에 대해 17.6%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수년 멕시코에 낙관적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중국에서 멕시코로 공급망을 이동하면서 멕시코가 크게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이 멕시코의 판사 직선제 추진을 경고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은 멕시코 사법 개혁이 민주주의와 안보를 위협에 빠뜨린다고 경고했고, 미국과 멕시코 관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제라르도 에스퀴벨은 내년에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면서 이번 사법 개혁 충격은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스퀴벨은 "멕시코 경제가 더 취약해질 것"이라면서 "국내외 민간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는 수십년 만에 맞은 최고의 (성장) 기회를 날려버리게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반면 사법 개혁 찬성론자들은 지금의 멕시코 사법 시스템은 사회의 이익이 아닌 선택 받은 소수를 위해 움직인다면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 멕시코 시민단체 대변인은 "3600만명이 사법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