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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해야 하니까, 그냥 버틴다" 묵묵히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들'[추석연휴 응급의료 안심하세요]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그냥 버티는 거죠."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로 상당수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이들의 목소리다. 자신들을 조롱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신상정보도 유포됐지만 병원을 떠나지 않는다. 쌓인 피로도 이들을 돌려세우지 못한다. "우리마저 떠나면 병원 정상화는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서로를 격려한다.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만난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은 "굉장히 힘든 상황이지만 공공병원이라는 자부심과 소명감으로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실제 의료진이 하는 업무량은 평소에 비해 훨씬 많고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등이 추석 연휴를 대비하기 위해 '문 여는 병원'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걱정은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다. 응급실 운영이 아니라, 진료할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2일 지역 응급실에서 만난 젊은 30대 의사 A씨는 응급실 진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선 진료과가 살아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배후과가 환자를 받을 수 없어 응급실 의사가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응급실 의사들은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라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현장의 의사도 비슷한 의견을 낸다. 한 소아종합병원장 B씨는 "응급실 운영이 멈추지 않아도 배후 진료가 무너지면 병원 정상화는 요원하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증환자 한 명에도 응급실이 마비가 된다"고 우려했다.

여기다 응급실에 남은 의료진은 일부 환자들의 폭언에 노출되기도 한다. 의료공백의 책임을 응급실의 의료진에게 돌리는 환자들도 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심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남은 의료진에게 따뜻한 한 마디라도 건네주시면 큰 격려와 힘이 될 수 있다"고 부탁했다. 이 원장의 희망처럼 현장에선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70대 김모씨는 "3년째 병원 진찰을 받고 있는데, 매우 힘드신 상황에도 친절히 환자들을 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남아있는 의사 선생님들 덕분에 든든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