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비난과 저주 견디고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
"지구 멸망해도 정의 세운다는 가치로 접근해야" 당부
"검사 탄핵 남발, 마구잡이 입법시도 계속되며 어려움"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인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여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장은 지난 2022년 5월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시작해 2년 4개월간 검찰총장으로서의 시간에 대해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 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또 "한 날, 한시도 노심초사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쏟았다”면서도 “처음 품었던 뜻을 모두 실천하지는 못했다”며 아쉬움도 내비쳤다.
검찰 구성원들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이 총장은 “심화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로 인해 오로지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하여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퇴임사에서는 검사 탄핵과 검찰청 폐지 입법 추진 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 총장은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 탄핵의 남발과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되면서 명예와 자긍심만으로 버티는 검찰 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또 “인력, 법령, 제도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검찰 구성원들의 희생과 인내만이 요구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애썼지만,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임기 중 성과로는 이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응, 민생침해범죄 집중, 여러 기관과 손잡고 증권범죄, 마약범죄, 가상자산 범죄 등에 대해 각종 합동수사단 출범 등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이 총장은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하며 “저는 떠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 총장의 후임이자 윤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로 지목된 심우정 검찰총장의 임명안을 전날 재가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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