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의학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문제의 '근본'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동서양 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참다참다 아파서 가는 병원'이 아닌,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으러 가는 병원'이 되도록 '기능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아직도 계속되는 늦더위를 실감하는 9월 초, 갑작스레 내리는 가을비를 보며 문득 달력을 보니 빨간 날이 가득하다.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의 2대 명절로 꼽히는 '추석'이 예년보다 일찍 다가왔다.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날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은 물론, 안부와 덕담 역시 나누며 괜스레 들뜨는 시간이다. 어린 시절에는 용돈을 받는 재미도 쏠쏠했으나, 이제는 내 지갑이 가벼워진다. 그래도 좋은 날이 추석이다.
마음은 좋지만, 과연 몸도 그와 같을까. 생각보다 명절이 지나며 우리 몸의 점수는 떨어지게 된다. 마음 상태와 몸 상태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완벽한 '반비례' 그래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시작 시점부터 문제점은 디폴트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장시간 차안에 있기 마련인데, 이때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기에 허리 쪽에 무리가 가기 쉽다. 또한 이동 과정에서의 식사/간식 이후 운동량이 전혀 없기에, 소화 불량과 혈액순환 장애 역시 문제요소다. 휴게소/졸음쉼터 등에서 최소한의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것이 답이다.
명절을 가장 기분좋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인 '음식'에서 반비례 그래프는 더욱 가팔라진다.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특정 자세를 오래 취하기 마련인데, 앞서 언급했던 이동 과정에서부터의 혈액순환 문제가 쌓여 하지 정맥류 등 관련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마사지를 통한 근막 자극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가족끼리 모여있는 명절 자리에서 이런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는 어렵다. 통상 1주일 이내 전문적인 근막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흔히들 근막 치료를 통증을 줄여주는 물리치료 정도로 생각하는데, 근본적으로 보면 순환과 대사를 촉진시켜주는 아주 전문적인 치료 영역이다.
음식 섭취에 따른 문제점은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 것이다. 기름지고 당분이 높은 음식들로 가득한 명절음식들의 칼로리량은 계산해보기에도 아찔한 수준이다. 특히 송편, 약식 등 정제된 곡물로 만든 떡 종류는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혈당 스파이크'를 맞기 위한 최적의 재료랄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평소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들을 먹지 못했기에 명절에 몰아서 섭취했지만,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평소에도 이런 음식들을 접하기가 어렵지 않기에, 사실 이 시대의 명절 음식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명절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당연히 체중도 늘어나지만, 낙심하기엔 이르다. 당연하게도 잉여로 남은 영양소들은 '글리코겐'으로 간과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데, 이 저장기한이 2주 정도다. 저장 기한이 지난 글리코겐들은 지방으로 전환되는데, 2주 이내로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 글리코겐을 사용하면, 소위 말하는 '명절 살'이 빠지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운동만으로 급찐급빠(급하게 찐 살 급하게 빠진다) 효과를 만들기는 어렵다. 개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처방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혈액순환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운동을 할 시에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뿐더러, 대사량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피로감만 유발할 뿐이다.
몸의 근막들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주는 전문적인 치료와 대사량을 개선시킬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앞선 과정들을 돌이켜 보면, '명절 증후군'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내 몸의 상태를 알고, 알맞은 처방을 내려주는 '나만의 주치의'와 함께라면, 명절 한 켠에 자리잡은 불안요소들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닐 것이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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