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제도개선방안 및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앞두고 서민금융 공급 위축 우려
전문가들 "추가 대책 필요"
서울 종로구 먹자골목 한 켠에 붙어있는 대부업체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당정이 발표한 대부업체 등록 강화와 개인채무자보호법으로 대부업체가 일시에 급감, 서민금융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역마진으로 시장에서 자진 이탈하는 대부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부업체 대거 퇴출, 서민 급전 창구 닫히나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당정이 발표한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과 다음달 중순 시행 예정인 개인채무자보호법으로 수천개의 대부업체가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민금융 공급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금융 취약계층 보호 및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정부와 여당은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영세 대부업자 난립을 막기 위해 대부업자의 등록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부적격 대부업자를 퇴출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는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개인사업자는 기존 1000만원에서 1억원, 법인사업자는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각각 높이는 방안이 검토된다.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시·도지사에게 직권말소 권한이 부여된다.
이 경우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4300여곳의 등록이 취소될 전망이다. 현재 등록된 대부업체는 8597개로, 88%(7628개)가 지자체 등록 업체다. 지자체 대부업체의 16%는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23%는 대부잔액이 전혀 없는 상태다.
A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체 등록 강화가 시행되면 당장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부업체들이 등록증을 반납해야 한다"며 "대형 대부업체를 제외하고 사실상 자본금 5000만원가량인 업체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B대부업체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시장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지만 1·2금융에서 급전을 빌리지 못해 3금융인 대부업까지 넘어오는 것"이라며 "3금융 숫자를 줄이면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가는 서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최근 대형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혔지만 중·소형 대부업체들은 오히려 대출을 늘리면서 서민금융 공급에 일조했다.
■리스크 커진 대부업, 당국 "인센티브 마련"
다음달 17일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되면 대부업체들의 시장 퇴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민들의 과도한 연체이자 및 추심 부담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령은 대부업체 등을 상대로 연체가 1년을 초과하고, 1년 내 상환 이력이 없는 채권을 양도할 경우 장래 이자를 면제하도록 했다. 또한'세 번 이상 양도된 채권'에 대한 양도를 금지하고 추심 횟수를 7일 7회로 제한했다.
C대부업체 관계자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예전에 추심 횟수를 제한하면 채무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해지겠지만 채권자 입장에서는 대출 승인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며 "대출 승인 조건을 디테일하게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대부업체의 자본 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여러 규제를 강화하는 정부 정책 방향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저소득층과 저신용자가 합법적이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대부업체들의 공급을 유도할 수 있는 당근책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며 "서민들이 정책서민금융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불법 사금융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감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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