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범죄 최전선 일선 형사부 인력 대폭 강화
"직접수사, 꼭 필요한 곳에 한정돼야" 언급도
검찰 '원팀' 결속력 강조..."방벽, 울타리 되겠다"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53·사법연수원 26기)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6대 검찰총장 취임식을 마친 후 식장을 나서고 있다. 2024.9.19/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일선 형사부의 인력과 조작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검찰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 역량을 부패·경제 범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검찰은 원팀이 돼야 하며, 자신이 (외압에서) 방어벽이 되겠다는 뜻도 전했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 수장에 오른 심 총장에게 상당한 과제가 펼쳐져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심 총장은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갖고 “국민이 검찰에 바라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또 살펴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선 “그동안 검찰 구성원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형적으로 변한 형사사법제도로 인해 사건처리는 지연되고 국민 불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내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되는지, 죄를 지은 사람이 그에 합당한 벌을 받고 있는지 걱정하시는 국민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2년 9월부터 시행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 경제 등 2개로 줄었다. 또 경찰 송치 사건의 경우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검찰의 보완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다 현재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의 힘을 빼기 위한 각종 계획들이 줄줄이 추가로 등장하는 상황이다. 야권은 검찰의 권한 축소를 넘어 검찰청을 해체하고 검찰의 수사, 기소 권한을 분리한 뒤 이를 별개의 조직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심 총장의 이러한 의중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러분(검찰 직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업무를 수행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든든한 방벽이자 울타리가 될 것을 약속한다"는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검찰 약화가 '외풍'인 만큼 자신이 이를 막아내는 '장벽'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형사사법 관련 법령과 제도가 급격히 변해 검찰, 나아가 수십년간 유지되어온 형사사법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고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우리의 역할은 어떤 바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미래는 검찰총장이, 검사장이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하나의 팀이 돼 힘을 합칠 때 완성될 수 있다”며 내부 결속력을 강조했다.
다만 심 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 역량을 부패범죄·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는 내용도 취임사에 넣었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늘리면서 발생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 총장은 "중대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적시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검찰의 직접수사 역량은 우리 헌법과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패범죄,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제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총장은 민생 범죄 대응 강화도 지시했다. 그는 “우리 검찰은 민생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강력범죄, 마약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다단계·전세사기와 같은 민생범죄로부터 국민을 든든하게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형사부 인력과 조직 대폭 강화는 이에 대한 방안이다. 그는 “일선의 의견을 직접 듣고, 토론해 개선방안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다듬어져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권 보호’에 대한 지시도 포함됐다.
심 총장은 “인권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호는 검찰 업무의 시작이자 끝이며 기본 원칙”이라며 “특히 노인, 아동,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배려 받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 제도 하나, 서식 하나, 글자 크기 하나부터 다시 점검해 보자”고 제안했다.
심 총장은 지난 16일부터 제46대 검찰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날 대검에 출근하기 전 국립서울현충원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정신을 받들어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국민의 검찰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적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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