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계약맺고 대출 위탁업무
영업망 부족한 지역 중심 활동
지난달 1인 평균 15건 대출 유치
수수료 수입만 최대 460억 달해
"가계대출 증가에 모집인 영향도"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이 꿈틀하면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대출모집인이 유치한 주택담보대출이 11조원을 넘어섰다. 신규 전세자금 대출, 정책대출, 집단대출을 포함한 전체 주담대 잔액(23조135억원)의 절반이 대출모집인을 통해 이뤄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대출모집인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 신규 주담대의 49.9%(11조4942억원)를 대출모집인이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모집인이 신규 유치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4월 처음으로 10조원(월간 기준)을 돌파했고, 7~8월에는 연속으로 11조원대를 웃돌았다. 대출 건수도 5만건에 육박했다.
은행권 주담대가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지역밀착형 영업에 한계가 있는 은행원을 대신해 대출모집인의 영업력이 커진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은 은행별로 전속계약인데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기본급여가 없다"면서 "이들이 각 개인의 사정에 맞춰서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없던 대출 수요를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영업망이 부족한 지점에서 활동하면서 원활한 대출을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의 대출모집인 의존도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른바 '스타' 대출모집인들이 '억대' 연봉을 기록하며 부동산과 은행, 차주 사이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모집인들은 평소 부동산 중개업자와 관계를 다져 현장영업을 원활하게 한다"면서 "고객이 직접 은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일부 소비자 편익에 기여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대출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맺고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와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다. 5대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가운데 대출모집인을 통한 비율은 올해 1~8월 평균 50.0%로 나타났다. 전년동기(44.5%)보다 5%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해당 비율은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전월 대비)이 -2.0%로 바닥을 찍은 2022년 12월 36.6%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추세적 반등을 나타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3월(56.4%), 4월(54.3%), 6월(50.1%), 7월(50.8%) 등 4개월 동안 절반을 웃돌았다.
일부 은행은 올해 상반기 한때 전체 주담대의 3분의 2에 가까운 물량이 대출모집인에 집중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모집인에 의존하는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출모집인이 유치한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올해 들어 8월까지 월평균 9조781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6조5732억원) 대비 3조원 이상 확대됐다.
관련 대출 건수 역시 가파른 증가세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 건수는 올해 월평균 4만504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3만334건)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5대 은행이 위탁계약을 맺은 대출 모집 법인 소속 상담사는 현재 2994명에 달한다. 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에 영업망을 구축한 상담사를 통해 주담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이 지난달 유치한 신규 주담대 건수(4만4430건)를 감안하면 모집인 1인당 평균 15건의 대출을 유치한 셈이다.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시중은행의 주담대 모집 수수료는 0.5% 미만으로 책정돼 있다. 상담사들이 대출을 직접 유치한 뒤 3년 이상 해당 계약이 유지될 경우 신규 기준 대출 잔액의 0.3~0.4%를 은행으로부터 받는다.
지난달 5대 은행에서 대출모집인이 유치한 주담대를 감안하면 345억~460억원을 가량을 수수료로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고객들은 대부분 주담대를 알선해주는 부동산 중개업자 소개로 모집인을 만난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집인들은 평소 중개업자들을 상대로 영업망을 다진다"면서 "은행과 부동산을 낀 대출모집인들이 가계대출 증가에 일부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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