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트럼프, 연준이 대선 코앞에서 돈풀자 불만 "정치적인 행동" 비난
대선 승리 이후 자신이 금리 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전에 '빅컷' 발생
바이든, 연준 독립성 존중 강조 "나는 연준 의장과 대화한 적 없다" 주장
지난 2022년 5월 3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부터)이 함께 대화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약 30개월 동안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미국 대선을 약 50일 앞두고 이달 기준금리를 0.5%p 깎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정부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결정에 간섭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 미국 우파 매체 뉴스맥스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빅컷을 언급했다. 연준은 지난 18일 발표에서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기준금리(5.25~5.5%)를 0.5%p 깎는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은 나쁘게 흘러가고 있다. 어떤 입장에서는 금리를 깎을 필요가 있지만, 다른 입장에서 보면 이번 결정은 정말 정치적인 행동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준이 금리를 0.25%p 내린다고 생각했으며 아마도 그게 맞을 것”이라면서 “이번 인하는 누군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적인 행동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이 조치는 그동안 물가상승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가상승이 이미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며 이제는 실업률을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23년 1월 3.4%에서 지난 7월 4.3%까지 올랐다가 8월에는 4.2%로 내려갔다. 트럼프는 “실업률이 올라가고 있다”면서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와 흑인 및 히스패닉 인구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신속히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11월 2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제롬 파월의 연설을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대통령 재임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지명했던 트럼프는 이후 지속적으로 파월의 금리 인상에 반대했다. 그는 올해 들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 2월 인터뷰에서 파월이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만약 파월이 금리를 낮춘다면 아마도 민주당을 돕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7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면 금리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8월 기자회견에서 파월이 기준금리 결정 시기를 잘못 정했다며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면 연준의 금리 결정에 개입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는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연준)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및 바이든은 트럼프가 연준의 독립을 보장하는 보편적인 정치 관례를 파괴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바이든은 19일 미국 워싱턴DC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나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단 한 번도 연준 의장과 대화한 적이 없다”며 자신이 연준 결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나의 전임자(트럼프)와 다르게,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이 훼손될 경우 미국 경제에 막대한 손상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CNBC는 바이든이 취임 이듬해인 2022년 5월 31일에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에서 파월과 만났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백악관의 제러드 번스타인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바이든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은 파월과 금리 결정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바이든은 2022년 5월 회동에서도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연준의 결정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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