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라 불리던 바람이. 지난 6월 상태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폐원한 경남의 동물원에서 외국인 사육사가 숨진 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김해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추석 연휴 전주인 지난 11일 낮 12시 45분경 부경동물원 사자 사육장 바닥에서 러시아 국적의 사육사 A씨(67)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동물원은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히 말라 ‘갈비 사자’라고 불리던 수사자 ‘바람이’가 살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폐원해 현재 동물원에는 동물도 없었고 상주하는 근로자도 없었다.
A씨의 시신은 폐업한 동물원 놀이기구를 중고로 구매하기 위해 동물원을 찾은 B씨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동물원이 폐원한 후 이곳에서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자 사육장에서는 A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와 냄비 등 생활집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숨진 지 한 달 가량이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1차 부검 결과 장기 내 질병은 있으나,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불확실하다는 ‘사인 미상’ 소견이 나왔다. 현재는 독극물이나 마약 투약 등을 확인하기 위한 약물 감정이 국과수에서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약물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일반 변사 처리할 예정이다”며 “러시아 대사관에 A씨가 숨진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한편, 부경동물원은 지난해 갈비사자가 있던 곳이다.
지난해 6월 경남 김해시청 홈페이지 ‘김해시장에 바란다’에는 해당 동물원에 대한 민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해시민들은 이 동물원을 두고 “사육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살려주세요” 등의 민원을 제기했고, 글에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마른 사자와 털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털이 덥수룩한 양의 모습이 담긴 해당 동물원이 사육하는 동물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부경동물원은 동물 학대와 부실 운영 등 논란으로 시민들로부터 폐쇄 요구를 받아 결국 지난해 8월 운영을 중단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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