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순방을 위해 출국한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북한이 제기한 2국가론을 수용하자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며 통일에 공을 들여왔기에 더욱 파문이 크게 일었다. 이에 체코 현지에서 윤 대통령을 수행하던 대통령실까지 즉각 비판을 내놨다. 대통령의 주요 역할 중 하나로 남북통일을 규정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위험한 의견이라서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19일(현지시간) 프라하 프레스센터에 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게 곧장 문제의 주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순방 첫날임에도 질의하지 않을 수 없는 정도로 국내에서 논란이 불거져서다.
―다른 현안 관련해 질문 드린다. 오늘(19일) 문 전 대통령이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평화통일 담론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고, 임 전 실장은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접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발언들에 대해 대통령실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답변 부탁드린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우선 문 전 대통령과 임 전 실장이 2국가론 수용을 제안한 이유를 명확히 했다.
▲두 가지 발언은 ‘통일 이전에 우선 평화’라는 주장이고, 또 하나는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없고 헌법을 바꿔서라도 두 개의 국가가 따로 사는 게 좋다’는 주장이다.
실제 발언을 살펴보면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따라 기존 평화담론과 통일담론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임 전 실장은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먼저 평화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유사하다는 점을 짚었다.
▲통일을 추진하는 정부이든, 통일을 미뤄놓는 정부이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각종 도발에 대해 어떻게 안보를 지키고 평화를 확보할지 수단의 논리가 있다. 지난 정부를 돌이켜보면 종전선언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것 같다. 북한의 힘에 대한 물리적 대응책은 허술하고 말로만 ‘전쟁이 끝났고 평화가 왔다’는 걸 미국과 전 세계에 로비를 하러다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방어체계도 제대로 구비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사드 기지 앞 길을 가로막는 불법 시민단체를 몇 년 동안 방치해뒀으며, 한미 확장억제에 대해선 대체로 무관심한 5년을 보냈다. 그런 방식으로 북한과 대화만 해 평화를 지키겠다는 평화론이라면 현실성이 없는 평화론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을 포기하고 2국가론을 받아들여 남북이 서로 존중하며 평화를 유지하자는 제안은 반헌법적이고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처사라는 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지적이다. 김일성 전 북한 국가주석이 고려연방제를 주창하며 내건 전제조건과 유사한 제안이라는 점에서다. 또 문 전 대통령이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사실상 흡수통일을 노리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우리도 통일을 포기해야 된다는 주장인데, 북한이 과연 통일을 포기했을까. 북한의 적화통일론은 1960년대에 나온 고려연방제 통일론이었는데, 김일성 주석이 주창할 때 국가보안법이 먼저 폐지돼야 하고, 주한미군이 먼저 나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걸었다. 따라서 이런 전제조건에 동조하는 세력은 북한 정권의 뜻에 동조하는 의견과 유사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북한은 유리할 때는 통일을 강조하고 불리할 때는 비교적 조용해진다.
북한이 지금 통일론을 접고 두 개의 민족국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내부적인 어려움이 크고 자기들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서이지, 통일을 포기한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하 평화통일을 추진하는 건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자 의무이고, 그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볼 수 있다. 흡수통일에 대해선, 핵·미사일 무력을 통해 남한을 접수하겠다고 헌법에 적은 북한이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것이지, 우리나라는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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